9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개최하는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 매일 참석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까지 참석하는 이른바 'F4 회의'는 지난 7일을 제외하면 매일 열리고 있고, 위기 상황이 일단락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전날에도 국무회의 간담회를 비롯해 3건의 회의를 했고, 이날도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 모은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그는 코로나19 충격 등에 꺼내 들었던 증권시장안정펀드(10조원)·채권시장안정펀드(40조원)를 재차 언급하며 적기에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증안펀드와 채권펀드는 패닉셀(공포 매도)로 주가가 급락하거나, 채권 금리가 급등해 조달환경이 어려워질 때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개입해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펀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대응이 안일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당장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금융시장이 빠르게 요동치고 있는데, 상황이 터지고 이에 대응해 정책금융을 집행하겠다는 것은 실기(失期)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날 환율은 2년 1개월 만에 1437원을 웃돌았고, 코스피는 2.78% 하락해 1년여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런데도 금융위에선 구체적인 펀드 가동 계획을 세워 놓기보다는 구두 개입으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상 증시가 떨어지면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넘어오는데, 원화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채권 시장에서도 해외로 이탈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렇다보니 증안펀드나 채안펀드를 넣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투자가 빠지면 금리가 뛰면서 외국인 유입이 커질 순 있어도, 이는 반대로 한국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금융시장의 기반이 과거 대비 빈약해진 점도 우려스러운 요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를 비롯해 한국 금융시장의 위기 때마다 버텨준 것이 개인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기관들은 물론, 외국인·개미들도 모두 떠나고 있다. 시장을 지켜낼 세력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이 더욱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전에 선제적으로 불을 진압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출 경제에도 악재가 겹겹이 쌓여 있다. 서둘러 금융 혼란의 불을 끄지 않으면 결국 실물 경제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