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6일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지 50주년을 맞았다. 1974년 12월 6일 당시 삼성 계열사 이사였던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시작된 반도체 사업은 1983년 이른바 '도쿄선언'을 통해 전환점을 맞으면서 1993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에 오른 후 30여년 동안 '초격자' 경쟁력을 선보이며 선두를 수성했다.
이에 따라 1975년 2억원에 불과했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은 2022년 98조원까지 성장했다. 올해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 2022년보다 많은 80조9652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영업이익은 2022년 24조원으로, 1983년 도쿄선언 당시와 비교해 7000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메모리 왕좌'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HBM 투자를 적기에 하지 못하며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탓이다. 첨단제품에서 밀린 데 이어 레거시(범용) 제품에서도 중국의 추격을 받으며 입지가 좁아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41.1%로 1위는 유지했지만, HBM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전인 2022년(45.1%) 대비 4%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27.7%에서 34.4%까지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는 별도의 50주년 기념 행사는 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위기 극복을 위해 조직 쇄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경쟁사 추격에 힘을 준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대대적 수술에 들어갔다.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에게 메모리사업부를 겸임토록 했으며, 파운드리사업부장은 한진만 사장으로 교체했다. 동시에 수율 향상 등을 위해 별도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도 신설하고 공정 개발 전문가인 남석우 DS부문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을 배치했다. 여기에 그룹 핵심 인물인 박학규 사장도 사업지원TF 반도체 담당으로 이동해 지원사격한다.
최근 조직개편에서는 DS부문 내 산재해 있던 AI 관련 부서를 한데 모은 'AI 센터'를 신설하고, 시스템LSI사업부의 일부 실도 없애는 등 조직 슬림화에 방점을 뒀다. 임원인사에서는 DS부문 부사장 승진자가 지난해 23명에서 올해 12명으로 급감한 반면 상무 승진자는 23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등 세대교체를 통한 인적쇄신을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