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에 관한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또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재의 요구에 대한 반발과 함께 재의결을 예고하고 있어 정국의 대치 국면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2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특히 "이미 2년 넘도록 수백 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 별건의 별건을 수도 없이 이어가면서 어마무시하게 많은 사람을 조사했다. 김건희를 기소할 만한 혐의가 나올 때까지 수사했다"며 "그런데 기소를 못 하지 않았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상정·의결된 것에 반발해 대통령실 앞에서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면) 취임 이후 25번째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만 3번째가 된다"며 "4·19 혁명으로 쫓겨난 독재자 이승만 이후 최다 기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승만을 그리도 칭송하더니 결국 이승만 정권의 비참한 전철을 밟을 생각인가"라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특검이나 검찰 수사를 거부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 유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차후 진행될 본회의에서 특검법 재표결을 추진할 방침이다. 재표결이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야권 의석은 192석, 여권 의석은 108석으로 여당에서 8명 이상의 이탈자가 나와야 가결된다.
다만 오는 28일로 계획했던 재표결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온라인 당원 게시판 문제로 내홍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재표결 시점을 늦춰 집단 이탈표를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뒤 취재진과 만나 "특검법 재의결 투표를 28일 본회의에서 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시점이 늦어질 수 있지만, 아직은 당의 방침이 미확정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의 차원에서 여권 상황을 입체적으로 살펴본다기보다 우리 계획대로, 원칙대로 가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며 "(예정대로 처리하는 방안과 미루는 방안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