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의 이란 영사관 인근에 최근 이란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히잡 착용 단속에 항의하며 '속옷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이란 여대생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가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밀라노투데이에 따르면, 이 벽화는 이탈리아의 팝아티스트 알렉산드로 팔롬보가 지난 10일 공개한 작품이다. 팔롬보는 이 여대생의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이란 영사관 인근 건물 외벽에 이 그림을 그렸다.
팔롬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의 몸짓은 심오하고, 그의 희생은 파괴적이다. 그는 자기 몸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이란 여성들의 자유와 용기의 외침을 이어가도록 우리를 초대한다"며 "공범이 되지 않도록 무관심하지 않도록 외면하지 말고 함께 싸워달라"고 말했다.
앞서 한 여대생은 이란의 한 캠퍼스 내 종교경찰로부터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단 이유로 폭행을 당했고 그로 인해 속옷 차림의 시위가 벌어졌는데 체포 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종교가 국가보다도 사람 보다도 우선이냐" "히잡을 벗고, 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선택권이 없다는 게 문제" "저런 곳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히잡은 없어져야한다" "자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 히잡 착용 언제부터?
히잡 착용이 의무화된 건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부터다. 당시 종교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루홀라 호메이니 정부가 10세 이상 모든 여성이 히잡을 착용할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신설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형법 제386조를 히잡법으로 간주해 히잡 미착용 여성에게 최소 10일~최대 2개월의 징역, 74대의 채찍형, 5만~50만리알(약 1900원~1만 9000원)의 벌금을 부과해왔다. 이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으면 해당 혐의가 적용된다.
실제로 이란 테헤란 거리를 걷던 쿠르드족 출신의 33세 여성 로야 헤쉬마티는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벗은 사진을 SNS에 올린 혐의로 74대의 채찍질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란에서는 한때 히잡 착용을 법으로 금지한 적도 있었다. 과도한 서구화 정책과 근대화를 지향한 팔레비 왕조가 이란을 통치한 시절(1925년 12월∼1979년 2월)에는 히잡 착용이 의무가 아니었고, 1936년에는 이슬람 국가 최초로 히잡 착용을 법으로 금지한 적도 있다.
하지만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성직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집권하면서 여성의 히잡 착용은 다시 의무화 됐고 이로 인해 테헤란 거리에는 10만 명의 넘는 여성들이 반대시위로 쏟아져 나왔다.
◇ 히잡, 현재 현지 분위기는?
이란 정부는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여성들을 '정신질환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수용할 전담 병원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13일(현지시간) 이란인터내셔널과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수도 테헤란에 '히잡 미착용 중단 클리닉'이라는 이름의 치료시설이 설립될 예정이다. 이 시설은 엄격한 종교 실천을 강조하는 정부 기관인 권성징악본부가 운영한다.
정부 기관인 테헤란 미덕 증진 및 악행 방지 본부의 여성 및 가족 부서장 메리 탈레비 다레스타니는 이 클리닉에 대해 "히잡을 착용하는 것에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지침과 정신적 지원을 제공하고, 이들이 단정한 옷을 자신 있게 받아들이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클리닉은 개인 상담, 그룹 세션 등으로 진행된다. 히잡의 철학과 가치에 대한 교육, 개인의 정체성 강화 및 사회적 압력에 대처하는 기술을 가르친다.
다레스타니는 그간 해당 클리닉이 "순결 및 히잡 전문가들이 유선 또는 대면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확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 이슬람적 정체성을 추구하는 10대와 청년, 여성을 위한 것"이라며 "이 센터를 방문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