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살률은 지난해 기준 인구 10만명당 27.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많은 위기협상 전문요원들이 자살 기도 현장에서 기도자를 구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소통으로 구조하는 '위기협상 전문요원'
지난 16일 서울 반포대교에서 투신을 시도하던 20대 남성이 출동한 경찰 위기협상 전문요원과의 대화 끝에 20분 만에 구조됐다.
요원들은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얼마나 힘드셨느냐", "어려운 일이 있다면 같이 얘기하고 고민해 보자" 등의 대화를 건네며 A씨를 다독였다. 결국 마음을 돌린 A씨는 요원들의 손을 붙잡고 현장에서 구조됐다.
지난 7월 15일에도 고층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하려던 10대 청소년이 출동한 경찰 위기협상 전문요원들의 설득 끝에 구조된 바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15일 오후 8시 30분께 "청소년이 강남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릴 것이라고 한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수색 끝에 한 아파트 24층 옥상에서 좁은 공간 끝에 걸터앉아 있는 B군을 발견했다.
이후 현장에 경찰 위기협상 전문요원 2명이 투입돼 설득을 시작했다. 요원들은 B군이 좋아하는 음식 등을 소재로 대화를 이어갔고, '누나', '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게 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또 B군에게 "○○아, 누나 봐야지. 누나 여기 있어", "누나가 ○○이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 등의 따듯한 말을 건넸다.
처음에는 요원들과의 대화에 거부반응을 보이던 B군은 결국 다독임 끝에 마음을 돌렸고 현장에서 구조됐다.
◇ '위기협상 전문요원'이란?
위기협상 전문요원은 폭력적이거나 극단적인 상황에서 대화와 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전문가다. 이들은 경찰, 군대, 정부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인질극, 테러, 자살 위협 등 위험한 상황에서 냉철하게 문제를 해결한다.
위기협상 전문요원은 사건 해결을 위해 심리학, 의사소통 기술, 협상 전략을 결합해 대화를 주도한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라포(rapport·상호신뢰관계)를 쌓으며, 협상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요원들은 주로 3~5명이 팀을 이루어 활동한다. 위기혐상팀은 전체 상황을 조율하는 팀장, 대화를 이끌어가는 주협상관, 대화를 듣는 보조협상관, 정보를 수집하는 정보관, 지시에 따라 부수적인 역할을 하는 지원관 등으로 구성된다.
◇ 2014년 도입된 '위기협상 시스템'
우리나라 경찰의 위기협상 시스템은 2014년 정식 도입됐다. 지난해 3월 기준 1618명의 위기협상 전문요원이 활동 중이다.
위기협상팀은 각 시도경찰청, 경찰서마다 비상설로 1개 팀씩 존재한다. 요원들은 평상시 일반 업무를 수행하다가 위기협상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각 경찰관서에서 팀을 꾸려 현장에 투입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위기협상 전문요원은 경찰 내부 교육을 통해 지정된다. 경찰수사연수원에서는 매년 위기협상 기초과정 4회와 심화과정 2회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에서는 협상 관련 이론을 공부하고, 전문 배우들을 초빙해 실제 상황에 대처하는 실습 등이 진행된다.
한편,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6월 전국 최초로 자살 기도자에 특화된 '위기협상 전문요원'을 선발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현재 서초경찰서 관내 지구대·파출소 지역 경찰에서 56명이 활동 중이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더욱 복잡해지고 위기 상황이 다변화됨에 따라 위기협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