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는 만장일치로 한 선수를 지목했다. 바로, 독일의 베른하르트 랑거다.
랑거는 1985년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당대 최고 선수라 불리던 스페인의 세베 바예스테로스 등을 2타 차로 누르면서다.
한 주 뒤 랑거는 시 파인스 헤리티지에서 연장 접전 끝에 또다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컵을 들었다.
독일 출신인 랑거는 유러피언(현 DP 월드) 투어가 주 무대였다.
그린 재킷(마스터스 부상)을 입고 우승컵 두 개를 든 채 유럽으로 금의환향한 랑거는 주 무대에서 또다시 우승컵을 거푸 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선수가 몇 살까지 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4년이 됐다. 1957년 서독에서 태어난 랑거는 67세가 됐다.
PGA 투어 챔피언스 출전 조건은 50세다. 랑거는 2007년부터 시니어 무대를 뛰었다. 첫 해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1승 이상을 했다.
랑거는 지난 4월 마스터스에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 3월 피클볼을 하다가 왼쪽 아킬레스건이 다쳤기 때문이다. 시니어 무대 우승도 없었다.
지난 10일, PGA 투어 챔피언스(시니어) 최종전(찰스 슈왑 컵 챔피언십)이 진행됐다. 랑거에게는 18년 연속 우승을 위한 마지막 기회였다. 랑거는 18언더파 266타로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두 팔을 벌려 환호했다.
PGA 투어 47번째 우승이다. 챔피언스 최다승 기록을 1승 늘렸다. 우승 직후 랑거는 "믿을 수 없다. 어떤 말로도 설명이 불가능하다. 큰 무대에서 18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랑거의 별명은 독일 병정이다. 별명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6개 대륙에서 열린 프로골프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주 무대인 유럽에서 42승(역대 2위), 미국에서는 마스터스 2회 등 3승, 일본골프투어(JGTO)·아시안투어·오스트랄라시아 투어투드 드 라스 아메리카스 1승 등이다.
6개 대륙에서 모두 우승한 5명(게리 플레이어, 데이비드 그레이엄, 헤일 어윈, 저스틴 로즈 등) 중 한 명으로 역사에 남았다.
이벤트 대회도 가족과 함께하는 PNC 챔피언십 등 13승을 기록했다.
랑거가 세계골프명예의전당에 헌액된 것은 지난 2001년이다. 입성은 2002년으로 연기했다.
2018년에는 페인 스튜어트상을 받았다.
랑거는 1984년 미국의 비키 캐럴과 결혼해 슬하에 4명의 자식을 뒀다. 랑거는 우승 때마다 가족과 함께한다. 가족 모두 그의 골프처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