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기존 예측형 AI에서 한 단계 발전한 생성형 AI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가속화되고 있지만 금융업이 하이테크 제조업에 이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생성형 AI가 금융사의 미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동시에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위협 요인이 될 수도 있는 만큼 효과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14일 글로벌 컨설팅그룹인 맥킨지&컴퍼니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완전히 구현되면 은행업은 연간 수익의 2.8~4.7%의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연간 예상 당기순이익이 20조원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지난 9월부터 AI 업무비서 플랫폼을 개발해 업무지식 검색, 주요 시장지표 확인, 마케팅 타깃리스트 작성 등 40여 가지 업무비서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직원 개인별로 일 단위 30분 이상 업무시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향후 고객 상담부터 전산처리 종결에 이르는 업무 전체 과정의 80% 수준까지 자동화 지원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고객 관점에서도 고객 의도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문맥에 맞는 자연스러운 AI 상담이 가능해진다. 현재의 음성뱅킹, 'AI 은행원'에서 AI 기술이 추가로 접목되면 화자인증, 감성분석까지 가능한 금융상담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금융사는 더 나아가 생성형 AI의 본격 도입·확산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기술 초기 단계로 효과성 검증을 완료했으며, 고객·직원 관점에서 실제 업무 활용 영역과 실사례를 발굴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일선 영업 창구에서는 고객서비스(64%), 직원교육(49%) 등에 가장 큰 비용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후원 조직은 리스크관리(66%), 오퍼레이션(62%) 등 분야에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업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산업군이라는 점에서 미시적 위험에 대한 경계는 필요하다. 생성형 AI가 사실과 다른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현상)과 기밀 정보 유출 가능성, 결과의 편향성 등에 노출되면 금융시스템 전반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은 "규제당국이 AI 플랫폼으로 시장지배력 집중을 막지 못하면 최악에는 10년 내에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AI 활용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금융사는 명확한 규칙을 기다리기보다 원칙 중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사는 AI 활용에 관한 윤리원칙과 기준을 수립하고 AI 윤리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는 등 'AI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데이터 품질의 지속적인 관리 및 개선 노력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블랙박스'보다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XAI)'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