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나선 영풍이 폐수 무단 배출 등의 문제로 석포제련소 조업을 2개월 동안 중단해야 하는 처분을 받았다. 국내 2위 아연 생산 공장이 생산 차질을 빚게 되면서 철강, 자동차, 건설 등 국내 산업계 공급망에도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11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 1일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이 대법원에서 기각돼 1개월 30일의 조업정지 처분이 확정됐다고 공시했다. 다만 조업정지가 언제부터 적용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4일 환경부 수시 점검에서도 황산 가스 감지기 7기를 끈 채 조업한 사실이 적발돼 10일 추가 조업정지 처분이 추진되고 있다. 환경부는 영풍 석포제련소에 수질오염 방지시설인 암모니아 제거 설비를 상시 가동하도록 요구했으나, 이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1차 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번에는 황산 가스 관리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2013년 이후 10년간 환경법령 위반으로 76건이 적발되는 등 각종 환경 문제를 일으켰다. 2018년 12월부터 환경부는 석포제련소 1,2공장 인근 하천에서 카드뮴이 최대 4578배 초과해 검출됐다고 발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카드뮴의 낙동강 유출량이 하루 약 22kg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영풍은 "카드뮴 유출 사실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고, 하루 유출량도 추정에 불과하다"며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속적인 환경개선 투자를 통해 현재는 제련소 인근 낙동강 하천수에서 카드뮴 성분이 검출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계는 영풍의 실적 악화가 국내 산업계 공급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영풍의 2개월 이상의 조업 공백은 매출 감소와 영업손실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 영풍의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아연 시장에서 고려아연이 56%, 영풍이 37%를 차지하며, 두 회사가 시장의 93%를 점유하고 있다. 아연은 철강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공급 부족 시 철강, 자동차, 건설 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전망이다.
영풍의 환경 문제로 인한 조업정지와 적자 누적 등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전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고려아연 인수를 추진하며 내세운 '경영권 정상화'라는 명분이 잇단 경영 실책이 부각되며 퇴색해 영풍의 경영권 인수 정당성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고려아연 경영을 영풍이 직접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MBK를 최대 주주로, 집행임원제를 도입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경영 전문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