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을 2기 행정부 인선에서 전격 배제했다. 공화당 경선 때 ‘트럼프 대항마’로 등판해 날선 공방을 벌였던 헤일리는 대선 국면에서 적극적인 선거 조력자로 나서지 않았고, 폼페이오는 트럼프와 상충된 외교 구상을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가 두 사람을 콕 집어 행정부에서 기용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충성심’을 참모 발탁 기준의 최우선에 두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행보로 풀이된다.
9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현재 구성 중인 트럼프 행정부에 헤일리와 폼페이오는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과 과거에 함께 일했던 것을 매우 즐겁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그들이 나라를 위해 봉사해 준 것에 감사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트럼프와 격차가 크게 벌어진 헤일리는 지난 3월 중도 사퇴했다. 헤일리는 당시 “나는 항상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왔지만 트럼프가 당의 지지를 얻는 것은 그 자신에게 달려있다”며 명확한 지지 의사를 내놓지 않았다. 막판에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고 언급했지만 공개 유세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헤일리는 사실상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진영의 구심점으로 인식돼왔다.
헤일리와 함께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폼페이오도 트럼프의 눈 밖에 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는 지난 7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더 많은 무기 이전과 러시아 에너지 분야에 대한 강경 조치를 담은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트럼프의 구상과 상충하는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또 폼페이오는 지난해 3월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번 대선에서는 사려 깊고, 미국을 가장 뛰어난 국가로 만들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며 “이들은 인터넷을 폄하하지 않고, 햄버거를 던지지도 않으며, 모든 시간을 트위터나 생각하며 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를 사실상 겨냥한 발언으로 트럼프와 각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폼페이오는 한 달 뒤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헤일리와 폼페이오는 트럼프를 대선에서 지지하기 전부터 비판적이었다”며 “트럼프의 이번 언급은 자신에게 반기를 들지 않았던 충성파들로 행정부를 구성할 계획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백악관 비서실장에 수지 와일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임명한 가운데 미국무역대표부(USTR) 자리에 누가 앉을지도 관심사다. FT는 최근 트럼프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USTR을 이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에게 다시 USTR 대표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이끌고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설계한 라이트하이저는 매우 강경한 보호주의자로 불린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라이트하이저가 트럼프로부터 USTR 대표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전하며 FT의 보도를 정면 반박했다.
한편,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가 오는 13일 오전 11시 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성명을 통해 이날 밝혔다. 퇴임하는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인을 백악관에 초청하는 것은 오랜 관례였지만 트럼프는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바이든을 초청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2021년 1월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