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인터뷰] 권남훈 산업硏 원장 "AI는 인구감소 시대 새로운 성장동력"

2024-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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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AI 활용도 저조…국가 차원 지원 마련해야

트럼프 승리, 수출 충격 불가피…산업 경쟁력 높여야

기업 등 소통 강화…통찰력 있는 연구결과 마련할 것

"인공지능(AI)은 인구 감소 시대에 직면한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AI 도입과 관련해 기업 규모별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건 문제입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생태계 조성 노력이 중요합니다."

지난달 산업연구원의 새 수장이 된 권남훈 신임 원장은 AI 등 미래 기술이 침체 국면인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대다수 기업이 기술·인프라 부족으로 AI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적 문제를 지적했다. 권 원장은 AI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마스터 플랜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AI 내재화 등이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이슈라는 주장이 많다. 산업연구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기업의 AI 활용률이 30% 수준에 그치는 걸로 나타났는데 원인이 무엇인지.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은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가 미래 주요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은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가 미래 주요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우리 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AI를 적극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로 경영진의 인식·투자 부족, 기술·인프라 부족, 인력·교육 부족과 비용 부담, AI에 대한 오해와 불신 등이 거론됐다. 특히 응답 기업의 34.6%가 'AI 도입에 필요한 기술과 IT 인프라 부족'을 호소했다. 

AI 도입은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대기업의 경우 풍부한 자본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체 연구개발팀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 내재화가 용이하며 실패하더라도 리스크를 감당할 여력이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AI 도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높은 초기 투자 비용과 전문 인력 부족이 주된 장애물로 작용하며 당장의 성과가 필요한 영역에 한정해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이 많다. 이 같은 격차는 향후 기업 간 경쟁력 차이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생태계 조성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들의 낮은 AI 활용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해법을 제시해 달라. 

"경영진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경영진은 AI의 잠재력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재정적 투자와 기업문화 변화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지원할 수 있는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구축해 모범 사례를 제시하는 식으로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AI 활용도 제고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산업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는 AI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계적인 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AI 기술의 산업 현장 적용을 위한 규제 개선과 표준화 작업이 병행돼야 하며 이 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을 적극 수렴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AI 기술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AI 솔루션과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공동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등 상생 협력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AI 서비스의 투자 대비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AI 거품론'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 주가가 요동친 사례도 있다. 

"AI 거품론은 최근 빅테크 기업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제기됐다. 다만 과거 닷컴버블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각종 AI 센서를 활용한 판독·검사 등 솔루션 도입에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생성 AI를 적극 사용하면서  R&D에 소요되는 시간도 단축되고 있다. AI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이 성장하고 있어 실체가 있는 '진짜'로 평가할 수 있다. 

결국 AI 기술의 상용화 속도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거품론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AI가 기대만큼 효율성을 제고하지 못할 수 있지만 동시에 산업 현장의 변화 욕구가 크다는 점에서 단순한 거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거품론은 현재 시장의 일부 과열 현상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로 이해할 수 있으나 AI의 근본적인 혁신 가치와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앞으로는 보다 선별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

-인구 감소에 따라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AI를 대안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잠재성장률 제고에 AI가 도움이 되는가. 

"AI는 여러 측면에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제조 공정의 자동화와 최적화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으며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화로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특히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AI가 대체한다면 고부가가치 업무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생성 AI가 노동의 양은 줄이고 질은 높인다는 생산성 입증 연구 결과들이 있다. MIT 연구진(생성 AI의 생산성 효과에 대한 실험적 증거)은 작가와 데이터분석가, 인사전문가 등 444명을 대상으로 챗GPT를 활용해 짧은 보고서, 이메일, 보도자료 등을 작성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했다. 그 결과 챗GPT를 활용한 쪽은 그렇지 않은 쪽에 비해 작업시간을 평균 37% 단축했고 평가 등급도 높았다. 골드만삭스도 생성 AI가 노동생산성을 연간 1.5%가량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결론적으로 AI는 인구 감소 시대에 직면한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AI 기술의 적극적인 개발과 도입, 관련 인프라 구축, 제도적 지원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AI의 혜택이 경제 전반에 골고루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달라.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강조한 트럼프 후보의 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은 자국 우선주의 강화, 강경한 상호주의와 대중국 '전략적 디커플링(Decoupling)'에 의해 우리나라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연간 1조 달러에 이르는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10~60%의 보편관세 부과와 상호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연비 규제나 전기차 보급비율 상향 등과 같은 친환경 정책의 방향 전환을 내세웠고 상·하원 양원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실현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대미 수출에서 호조를 보였던 전기차와 이차전지 수출에서는 추가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부자재 공급망 다변화와 국내 공급 기반 구축 강화에 힘써야 한다. 한·중 산업 협력 관계의 본질적 변화에 대응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심사 체계 개선, 경제 안보 대응 등 우리 산업의 본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추진해야 한다."

-취임 당시 종합정책 연구기관으로써의 역할과 중장기적 변화 예측을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어떤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인가.

"세계 경제질서의 변화와 함께 최근 산업정책의 필요성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중 대립과 경제안보 개념 강화, 글로벌 탄수중립 규제 강화, 군비경쟁을 방불케 하는 AI 투자경쟁 등이 그 원인이다. 

주의할 것은 산업정책의 집행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게 연결되고 선진화된 경제에서는 산업과 시장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특정 분야의 과제에 매몰되지 않은 종합적 시각을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취임 직후부터 산업별, 정책 수단별, 목적별로 연구 전문성을 강화하고 부서간 협업체계를 강화할 목적으로 내부혁신 전담팀 운영하고 있다. 그 다음 단계로는 기업과 정책당국·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며 우리 경제의 도전 요인들과 산업·경제의 주요 이슈에 대해 다른 기관과 차별화된 통찰력 있는 연구 결과들을 제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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