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피즘의 귀환에 한국 미술 시장에 긴장이 감돈다. 트럼프 2.0으로 예상되는 미·중 갈등 고조, 고금리 장기화, 원·달러 환율 상승 모두 미술 시장에는 악재이기 때문이다.
7일 미술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가뜩이나 움츠러든 미술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실제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은 올해 최악의 3분기를 보냈다. 3분기 국내 경매 시장 낙찰총액은 전년 동기보다 26.19% 감소한 237억5025만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정준모 한국 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미술시장은 경제 상황과 연동된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중심으로 경제가 좋아지는 반면, 아시아나 유럽은 (경제가) 쪼그라들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한국 미술 시장은 불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미술 시장이 현재 그나마 좋다고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많이 안 좋아진 상황이다. 중국도 더 위축될 수 있다”면서 “트럼프가 관세 정책 등으로 중국을 통제하면 수출 여건이 악화하는 등 연쇄효과로 인해서 미술시장도 당분간 안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달러도 미술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 통상 한국 미술시장은 해외에 그림을 팔기보다는, 해외에서 그림을 사서 되파는 경우가 많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미술 작품 구매 비용이 오를 경우, 서구 3대 경매사와 작품 수급을 경쟁하는 국내 주요 경매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미술 작품은 국제 시장에서 대체로 달러로 거래된다.
미·중 갈등 고조에 따른 중국 큰손들이 지갑을 닫을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힘들다. 지정학적 특성상 한국 미술 경매 시장 등에서 중국인 큰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며 “거시경제 환경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경기, 자산시장 변동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개인적인 성향 역시 문화예술 분야에는 악재다. 트럼프 집권 1기 시절 트럼프 행정부는 문예진흥기금을 대폭 삭감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소프트 산업보다 하드 산업을 선호한다. 제프 쿤스, 제니 홀저, 시몬리 등 미국 유명 아티스트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를 공개 지지한 점도 미술계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저가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미술시장 보고서는 “구매자보다 판매자가 많은 현재 시점에서는 중저가의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온라인 경매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이런 시각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중저가 작품을 흡수할 수 있는 주요 판매 플랫폼이 유효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