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그룹의 주요 캐시카우 한미약품 간의 경영 대립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동종 업계가 신약 개발에 전력을 다하며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한미그룹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5일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은 전날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한미사이언스를 비롯한 계열사 대표단이 오전에 한미약품의 독립경영 방침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자, 이를 두고 한미약품은 ‘오너 독재 경영의 폐해’라며 즉각 반발했다.
전날 한미사이언스를 비롯해 북경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공동 성명서를 통해 한미약품의 독립경영을 비판했다.
대표들은 성명을 통해 대주주 일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 문제에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대주주 가족 간 단합이 해쳐지고, 이로 인해 한미그룹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8월 한미약품은 지주회사에 위임해 왔던 인사 부문을 독립시키고, 한미약품 내 인사조직을 별도로 신설하며 독립 노선을 선언했다.
한미약품은 즉각 반박 자료를 내며 반발했다. 한미약품은 계열사 대표들의 공동 성명 동참에 대해 “독단적인 오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계열사 대표들의 갈등과 고민, 고뇌도 함께 읽을 수 있었다”며 “한미약품이 추구하고자 하는 독자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는 더욱 굳건히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라는 탈을 쓰고 서서히 발을 들이고 있는 ‘한미약품그룹 매각 시도’에 대해 한미약품은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한다”며 “한미약품은 독단적인 지주회사 경영 방식을 건강하게 견제하고, 지주회사 위법 행위에 대해 침묵하지 않으며, 지주회사와 계열사가 상호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나가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이 집안 싸움이나 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유한, 대웅 등 경쟁 전통 제약사들은 최근 신약 영역에서 대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한미그룹은 이와 정반대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 3분기 한미사이언스는 연결기준 매출 3225억원, 영업이익 224억원, 순이익 1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37.2%, 44%씩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미약품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1.4% 42.3%씩 급감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된다면 기업 역량이 훼손될 수 있다”며 “견조한 상반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연초 대비 주가가 하락한 것은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