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추락... K-석화 부진 언제까지?

2024-11-06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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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한화솔루션 3분기 적자전환...롯데케미칼도 부진 예고

에쓰오일이 추진 중인 '샤힌 프로젝트'도 부담

누적된 중국發 공급 부담에..."단기적 회복 어려워"

LG화학 여수 CNT 1·2·3공장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 여수 CNT 1·2·3공장 전경 [사진=LG화학]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수익성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에쓰오일의 대규모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이 추가로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존 업체들의 수익성이 감소할 위험이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공급과잉, 영업이익 적자로 전환

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잇따라 영업이익 적자로 전환됨에 따라 대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LG화학은 3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382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370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한화솔루션은 810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였고,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24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현재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로 인해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193달러로 손익분기점인 300달러에 미치지 못해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2030년까지 에틸렌 생산 능력을 1700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이는 전 세계 생산량 중 44%에 해당한다. 반면 지난해 국내 에틸렌 생산 능력은 1280만톤으로 중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표 기업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량은 각각 330만톤, 233만톤에 그치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원가 부담도 업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프타 가격이 상승하면서 제품 전반의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나프타 국제 가격은 톤당 평균 884달러로, 2014년 이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가격 상승분이 일부 제품가에 전가되었으나 제품 가격 상승 폭이 나프타 가격 상승에 미치지 못해 스프레드가 줄어들고 있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는 공급과잉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에쓰오일은 2026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울산에 국내 최대 석유화학 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며, 완공 후 세계 최대 스팀 크래커를 통해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외 정유사들은 휘발유와 경유 수요 둔화에 따라 정유설비 증설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자동차용 연료가 전기차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은 탈정유 시대를 대비해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러한 불황이 장기화하면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 같은 국내 정유사들은 정유사업 비중을 줄이기 위해 일찌감치 친환경 석유화학사업에 진출했다"며 "중국 등 글로벌 업체들과의 석유화학 제품 경쟁에서 정유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 DB]
 
"내년도 어렵다"···K-석유화학, 구조조정 '불가피' 

국내 석유화학 업계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급 부담이 일부 완화되긴 했으나 수요 반등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레핀 계열 기업의 업황 부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된다. 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재무 및 영업 체력이 약화되면서 업체들의 신용도 하향 압력도 지속적으로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2024년 하반기 크레디트 이슈 세미나'에서 석유화학 업체별 리스크와 신용도 방향성을 점검했다. 한신평은 중국의 공급과잉이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국내 업체의 원가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방 수요 또한 중국의 투자 및 소비 진작 정책 본격화와 주요 국가의 금리 인하 지연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호섭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누적된 공급 부담을 상쇄할 만큼 수요가 단기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원가 부담이 높아졌고, 단기간에 완화되기 어려운 만큼 유럽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석유화학 사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저수익 사업 정리 등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편광판 및 소재 사업을 1조982억원에 매각했으며, 여수 NCC 2공장 매각도 검토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법인 매각을 재추진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LC 타이탄 매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빅, 엑손모빌 등 유럽을 중심으로 100만톤 이상 설비 폐쇄가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내년부터는 구조조정이나 설비 통폐합, 사업 재편 등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달 중순 석유화학 산업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협회와 정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석화 산업의 부진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참석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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