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불가리아 대형 원전 사업을 따내며 15년 만에 해외 원전 사업을 재개한다. 이를 기반으로 유럽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현대건설은 4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 있는 국무회의 청사에서 불가리아 원자력공사(KNPP NB)와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의 설계 계약(ESC)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이로써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해외 원전 수주에 재차 성공했다.
올해 1단계 설계에 착수하고, 2단계인 설계·조달·시공(EPC) 본계약은 내년 말쯤 체결한 뒤 2035년에 준공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1단계에서 에너지 전달에 필요한 구성 요소·보조 시스템을 일컫는 주변설비와 사업지 인프라 설계, 인허가 지원 등을 담당한다. 공사 기간은 사업 착수일로부터 12개월이다.
코즐로두이 원전은 1974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불가리아 최초 원전이다. 현지 전력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노후한 1~4호기는 폐쇄하고, 러시아에서 개발한 가압경수로형 모델인 5·6호기를 가동 중이다. 이번에 건설할 7·8호기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노형을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독보적인 원전 사업 역량과 정부의 적극적인 원전 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전 건설에 대한 초격차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설계를 완수하겠다"고 말하고 "조달과 시공을 포함한 EPC 전반을 아우르는 영역에서 원전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가리아 정부도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계약 서명식에 앞서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과 만난 디미타르 글라브체프 불가리아 총리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한 현대건설과 계약을 체결해 기쁘다"며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해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같은 날 오후 소피아 오브차 쿠펠에서 '불가리아 오피스 개소식'도 가졌다. 불가리아 오피스는 소피아 지사와 현장 사무실을 함께 운영하며, 긴밀한 현지 커뮤니케이션과 원활한 프로젝트 수행을 맡는다. 개소식에선 불가리아 종합건설기업 GBS와 현장 가설 인프라 설계에 대한 계약도 이뤄졌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2월 코즐로두이 원전 신규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 중 유일하게 까다로운 사전요건을 모두 충족하며 입찰자격심사(PQ)를 단독으로 통과했다.
이후 윤 사장이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과 제1·2당 총재 등 고위 인사들과 연달아 면담을 하며 수주 의지를 다졌다. 현지 원전·건설업계를 포함한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원전 로드쇼 등을 열며 불가리아 네트워크 강화와 협력 방안 구체화를 위한 다각적 활동도 벌였다. 지난 9월 블라디미르 말리노프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 방한 때 만나 성공적인 사업 수행 의지를 확고히 하고, 협력 파트너로서 신뢰를 다지기도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한민국 원전의 반세기를 이끌어온 현대건설이 두 번째로 세계 원전 역사에 남을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았다"면서 "성공적인 건설로 불가리아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유럽 전역에 현대건설 원전 건설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