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논의가 본격화한 것은 2019년 금융투자협회가 금투세를 제안하면서부터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에 따라 금투세 도입과 증권거래세 폐지가 동시에 논의됐다.
금투세는 기본적으로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에 세금을 매긴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이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으면 초과 액수에 20∼25%의 세금을 매기는 것이 골자다.
손익과 손실을 상계해 순이익에만 과세하고, 당해 반영되지 않은 결손금은 5년간 이월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특정 종목을 5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 이상이어야 대주주로 분류하고 주식 매매차익(양도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대신 그 밖에는 매도 시 증권거래세를 걷는다.
법 통과 뒤에도 금투세 시행 논란은 계속됐다. 2020년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금투세는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증권사의 금투세 전산시스템 도입 불충분을 명분으로 2025년 1월로 미뤘다.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금투세 폐지를 공약했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도 ‘금투세 폐지’ 입장을 유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당 대표도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등과 만남을 가지며 강경론을 내세웠다.
국내 주식시장 침체로 금투세 시행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올 상반기 이재명 대표는 금투세 시행에 대해 다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 발언에 민주당은 시행 여부를 두고 찬반으로 의견이 갈렸다. 지난 9월 야당은 금투세 ‘유예’와 ‘시행’으로 금투세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며 유예 쪽으로 무게를 실었다.
이 대표는 이날 금투세 시행 당론을 번복한 것에 대해 "원칙과 가치를 저버렸다고 하는 개혁·진보 진영의 비난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더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권에서는 자본 이득에 대한 양도소득세 대신 한국처럼 증권거래세만 걷고 있다.
특히 대만의 경우 두 차례 금투세격인 주식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려다 두 차례 주가 급락 등으로 무산됐다. 앞서 1989년 대만은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최대 50%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려다 주가 급락으로 이듬해 철회했다. 2013년 중반 이를 재도입하려 했지만 개인의 극심한 반발로 2016년 추진을 포기했다.
국내 역시 대만 사례를 빌려 한투연을 필두로 금투세 폐지가 계속 주장됐다. 반면 미국과 영국 등 서구권과 일본에서는 주식의 양도차익(매매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증권사에서 금투세 전산시스템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던 관계자는 이날 민주당의 폐지 발표에 대해 "수순이었다 싶었다"면서 "전산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면서도 이미 시장에서는 폐지가 선반영돼 있었다. 이제 불확실성은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6년여간의 금투세 논쟁은 끝났지만, 국내 증시를 떠난 개인과 외인이 다시 돌아올지, 코스닥 시장이 살아날지가 관건이다.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와 국채 금리 상승, 금융투자소득세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엑소더스(대탈출)’가 이뤄지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올 하반기 기준 총 13조5470억원을 팔아치웠고, 지난달 13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도세를 유지했다.
개인 투자자 역시 미국장으로 이동하면서 해외 주식 보관액은 올해 40조원에 달하는 동안 국내 주식 예탁금은 기존 60조원대에서 51조원으로 하락했다.
상반기 밸류업 정책 추진에도 계속된 투자자들의 이탈로 하반기 들어 코스피는 7.46%, 코스닥은 10.28% 각각 하락했다.
증권가는 금투세 폐지로 개인 투자자 거래가 많은 코스닥 지수의 상승세를 기대했다. 이날 금투세 폐지 소식에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83%,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43% 상승 마감했다.
특히 이날 이차전지주와 바이오주가 ‘금투세 폐지’ 수혜주로 떠올랐다. 이날 코스닥150헬스케어 지수는 하루 만에 6.73% 급등했고, 이차전지 종목이 속한 코스닥150 산업재 지수는 5.40%까지 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투세 폐지가 코스닥 상승의 촉매가 돼 국내 증시가 탄력을 받았다"며 "투자 심리 개선으로 수급이 유입돼 증시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