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일 정부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677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본격 돌입한다. 그러나 '명태균 게이트'를 둘러싼 여야 극한 대치 속에 올해 예산안 처리도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커진다. 올해 예산안은 지난해 12월 21일 처리됐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독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현직 대통령이 직접 내년도 예산안을 국민들에게 설명해온 관례가 11년 만에 깨지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불참은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을 공개한 이후 야당에서 '하야·탄핵' 등 공세 수위가 높아진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여야 정쟁을 이유로 지난 9월 22대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한 바 있다.
예산안 시정연설에 이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7~8일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종합정책질의 △11~12일 경제부처 부별 심사 △13~14일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를 각각 진행한다. 18일부터 예산의 증·감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가동하고, 29일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의결을 시도한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가 건전 재정 기조 하에 예산안을 제출했다며 최대한 원안 처리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증액을 시도하는 '지역사랑상품권' 등 지역화폐 예산은 '이재명표 포퓰리즘 정책'으로 보고 저지할 계획이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노골적인 부자 감세가 민생 경제를 어렵게 한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마음 건강 지원사업'(7900억원)과 '개 식용 종식 관련 예산'(3500억원) 등은 '김건희표 예산'이라며 삭감을 벼르고 있고, 검찰 등 권력기관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역시 주요 삭감 대상으로 겨냥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를 통과한 '예산안 본회의 자동 부의 폐지법'도 뇌관으로 꼽힌다. 국회가 예산심사 기한(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정부 예산안 원안과 세입 부수법안을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는 현 제도를 폐지하고,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해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야당에서는 "매년 심사기한에 쫓기면서 결국 예산안이 졸속 처리되는 부작용이 크다"며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민주적 통제 강화'를 명분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여당에서는 "야당이 정부 예산안을 볼모로 잡겠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 등 총력 저지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