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권력은 이미 정점(頂点·Peak)에 도달했나?”
미 스탠퍼드 대학 후버연구소가 발행하는 중국 전문 온라인 계간지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 가을호에는 중국 경제에 관한 ‘Peak China’의 개념을 활용한 ‘Peak Xi Jinping’이라는 개념이 제시됐다. 중국 최고 권력자 시진핑(習近平)의 정치 권력이 이미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논리를 ‘Peak Xi Jinping’은 담고 있다. 논문의 필자는 미 스탠퍼드 대학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 구오광 우(Guoguang Wu · 吳國光)로, 우 교수는 1980년대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평론원으로 일하다가 1989년 천안문 사태 때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인이다. 우 교수는 2020년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당 대회에서 전례가 없는 3연임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으로 선출된 시진핑이 정치 권력을 집중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의 통치능력(Governance Capability)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주장을 전개하면서 ‘Peak Xi Jinping’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우 구오광 교수에 따르면, 시진핑 3연임 이후 중국경제성장률은 2.24%(2020년) > 8.45(2021) > 2.99(2022) > 5.20(2023) > 4.70 (2024. 1 ~ 6월)로, 2020년 3.71% 감소, 2022년 5.46% 감소, 2024년 1.5% 감소를 기록했다. 시진핑 정부는 2021년 6.25% 증가, 2023년 2.21% 증가를 기록했으나, 경제성장률이 감소한 해가 증가한 해보다 많았다. 물론 사이에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 끼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시진핑의 통치능력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기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시진핑이 주관하는 반부패 드라이브로 인해 처벌당한 관리들의 숫자도, 각급 검찰과 기율검사 기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600명에서 2022년 2300명으로 늘어났고, 2024년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만 1만2400명이 처벌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기간의 반부패 드라이브에도 적발 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 시진핑 자신이 말하는 ‘세계 중심 국가’의 대열에는 올라서지 못하는 부패 만연 국가라는 기억에서 인민들이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우 구오광 교수는 진단했다.
2012년 당 총서기에 취임한 이후 2022년 10월 3연임에 이르기까지 시진핑은 엄청난 크기의 정치 권력 강화를 이룩했다. 그러나 시진핑이 보여준 통치능력은 집중된 정치 권력의 크기만큼 유효하지 못했다고 우 교수는 진단했다. 시진핑이 보여준 정치 권력 강화와 통치능력 사이의 괴리는 왜 발생하는 걸까. 그 이유는 중국공산당 정치의 특질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우 교수의 분석이었다.
현재의 중국공산당 정치구조로는 시진핑이 정치 권력을 강화할수록 통치능력은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모순적 현상은 이른바 당의 지도자가 정치 권력을 집중시킬수록 통치능력의 4가지 측면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 ‘네 가지 i’로 설명할 수 있는데 첫째, 정치 권력이 강화될수록 바닥에서 당의 결정권자들에게 전달되는 정보(information)의 흐름이 줄어들고, 당의 정치 권력 보유자들이 나누어 가질 인센티브(incentive)가 줄어들며, 이 때문에 당 내부의 정책 집행(implementation)이 더 많이 방해를 받게 되며, 결과적으로 당원들이 정책을 주도적으로 실행하는 능력(initiative)도 낮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 구오광 교수의 이런 역설적이면서도 모순적(paradoxical)인 진단은 시진핑 자신의 연설에서도 나타났다. 시진핑은 중국공산당의 이런 내재적 문제점을 ‘당 관료들이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 ‘웨이관 부웨이(爲官不爲)’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연설을 통해 지적해왔다. 시진핑은 지난달 26일의 ‘당면한 경제형세 분석을 위한 중앙당 정치국 회의에서도 “당원 간부들은 고수준의 경제발전을 위해 적극성과 창조성, 추동력을 발휘해야 하며 이른바 세 가지 무능력을 극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진핑이 극복을 촉구한 ’세 가지 무능력(三個區分開來)‘에는, 능력이 부족해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불능위(不能爲)‘와 일을 추진할 동력이 부족해서 일할 생각을 하지 않는 ‘불상위(不想爲)‘, 그리고 일을 담당할 용기가 부족한 ’불감위(不敢爲)‘가 있다면서, 시진핑은 이 세 가지 무능력의 극복을 촉구했다.
시진핑은 지난 7월 30일에도 당면한 경제형세 분석을 위한 정치국 회의를 소집해서 “형식주의의 극복”을 촉구하면서 “형식주의와 관료주의는 우리 당의 고질병으로, 반드시 큰 힘을 모아 치료를 해야 하며, 당 중앙의 정책 결정 부서들은 ’최후의 1㎞‘를 간다는 정신으로 형식주의와 관료주의의 속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진핑은 이 정치국 회의 직후에는 중국공산당의 결정을 전 사회로 확산시키기 위한 ’당외(黨外)인사 좌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중국공산당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뿐만 아니라, 시진핑 본인으로서도 처음으로 현 중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고백을 했다.
“당면한 우리나라 경제는 발전하는 과정에서 일련의 곤란한 문제들에 부딪혔다. 물론 이 문제들은 발전과정이나 경제의 틀을 바꾸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로, 노력을 통해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우리는 발전에 대한 견고한 믿음을 갖고 적극적으로 문제와 도전에 대처해서 중국 경제의 광명론(光明論)을 노래 불러야 할 것이다.”
중국의 정치와 경제를 중국 내부에서 관찰 보도하는 ’미국의 소리(VOA)’와 영국 BBC TV, 일본 닛케이(日經) 등이 만든 유튜브들은 시진핑 체제의 통치능력이 중국 경제 문제 해결에서 제대로 해결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에 대해 쩡칭홍(曾慶紅) 전 정치국 상무위원과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를 비롯한 당의 원로들이 시진핑에 대해 비판적인 충고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유튜브들은 특히 지난 8월 초순 시작된 허베이(河北)성 해변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시진핑이 참가한 회의가 열려 이 자리에서 시진핑이 당 원로들로부터 비판적인 충고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 원로들은 특히 시진핑의 정치 권력과 통치력이 사회주의 시장경제 이론을 바탕으로 한 지난 40년간의 중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감쇄시키는 점에 대해 집중 언급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와 정치를 관찰하는 대만 유튜브들은 “1953년생으로, 71세가 된 시진핑이 74세가 되는 오는 2027년 가을의 제21차 전당대회에서 4 연임의 당 총서기에 오르기에는 건강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체중 과다로 인한 통풍을 앓고 있어 해외 정상방문을 할 때 비행기 트랩을 걸어 내려오는 모습을 종종 건너뛰는 불편함을 보여주는가 하면, 국내 시찰을 할 때도 걸음걸이가 불편해서 한쪽 다리를 끄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도라고 한다.
이 때문에 오는 2027년 당 대회 때는 어떤 형태로든 후계자 지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 후계자 지정에서 1959년생으로 오는 2027년 68세가 되는 리창(李强) 총리가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다고 대만 유튜브들은 전망했다. 리창 총리는 베트남 공산당의 초청으로 지난달 12일부터 사흘간 베트남과 라오스를 공식방문했으며, 중국공산당 내부사정에 밝은 베트남 공산당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와 같은 수준의 의전으로 리창 총리를 접대한 점에 대만 유튜브들은 주목했다.
대만 유튜브들은 리창 총리와 함께 1962년생으로 오는 2027년 65세가 되는 딩쉐샹(丁薛祥) 정치국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 국가주석판공실 주임도 시진핑의 후임으로 선출될 가능성을 제시하고도 있다. 이와 함께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과거 시진핑의 후계자로 지목해두었던 후춘화(胡春華)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 2027년 당 대회 이전에 복권되어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복귀할 경우 시진핑의 3연임 정치는 폐지되고, 과거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