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선 도로 한복판에 삼삼오오 모여 라면이 담긴 그릇에 얼굴을 묻고 면발을 후루룩 들이켠다. 평소 길가에서 보기 힘든 낯선 풍경이지만, 2024 구미라면축제에서는 너도나도 면치기가 한창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구미라면축제는 경상북도 구미시와 농심 간의 합작품이다. 구미시는 국내 최대 라면 생산공장인 농심 구미공장을 품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 2022년 구미라면 축제를 처음 개최했다. 농심 구미공장은 전국에서 팔리는 신라면의 75% 이상을 생산한다. 이에 농심은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를 목적으로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축제 첫 날인 지난 1일 관람객들 발길이 몰린 곳은 라면문화로드에 있는 '구미 라면 공작소'다. 이곳에서는 세상에서 하나 뿐인 자신 만의 라면을 만들 수 있다. 이날 10m 길이 행사 부스에는 '맞춤형 라면'을 만들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구미 라면 공작소는 꾸미기존과 토핑존으로 나뉘어 있다. 꾸미기존은 라면 봉지를 꾸미는 곳으로, 앞면에 라면 이름과 그림 등을 그려 넣으면 된다. 한 참가자는 12가지 색상 유성펜 중 초록색 펜을 집어 파를 그린 뒤 빨간색 펜으로는 고추를 그려 색칠했다. 스프는 매운맛·쇠고기맛·해물맛·카레맛 총 4가지다. 스프를 고르면 진행 요원들이 라면 봉지 안에 농심 사리면을 넣어준다. 토핑존에는 김치 후레이크·건고추·압축 표고·건양배추·튀김감자 등이 준비돼 있다. 이 중 4가지를 고르면 자신만의 라면이 완성된다.
구미 라면 공작소를 통과하면 농심 팝업스토어가 나온다. 팝업스토어 내부는 공항과 항공기 내부를 콘셉트로 꾸며져 있다. 농심이 지구촌 곳곳에 신라면을 수출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같이 꾸민 것으로 풀이된다. 벽면에는 시대별 농심 라면 포장으로 라면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또 국내에 판매하지 않는 해외 신라면 제품(신라면 비건·신라면 골드·신라면 똠얌) 중 먹어보고 싶은 제품을 묻는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농심 팝업스토어를 지나면 후루룩라운지(라면 식음존)와 라면 레스토랑이 등장한다. 라면 레스토랑에는 엄격한 선발을 거친 구미 지역 셰프 15인이 참석했다. 이들은 농심 라면을 활용한 통오징어 해물라면, 앗싸가오리라면, 야채곱창라면 등을 선보였다.
특히 셰프들이 운영하는 행사 부스에는 셰프 사진과 함께 이들이 운영하는 식당 주소가 현수막에 기재돼 있다. 라면 맛을 본 관람객들이 축제가 끝난 뒤에도 셰프 식당을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날 앗싸가오리라면을 판매한 임향숙 나누미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앗싸가오리라면은 파기름을 내 볶은 뒤 불향을 입혀 보통 라면과는 맛이 다를 것"이라고 메뉴를 설명한 뒤 "축제가 열리는 사흘 동안 매일 300명씩 약 1000명 정도가 우리 부스를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간 지역축제는 제품에 비해 가격이 턱없이 비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구미라면축제는 1만원권 한 장으로 대부분 메뉴를 맛볼 수 있다. 한 방문객은 "이렇게 팔아도 남나 싶을 만큼 가격이 저렴하고 합리적"이라며 "이정도 축제 음식 가격이라면 부담 없이 자주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성진 축제기획단장은 "축제 음식 가격은 푸드 디렉터 2명과 메뉴 원가 계산을 한 뒤 상인 측과도 3번 협의해 정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장에서는 농심 구미공장에서 전날 생산된 '갓 튀긴 라면'을 구매할 수 있다. 종류는 신라면·짜파게티·너구리·신라면툼바·안성탕면 총 5가지다.
구미시는 라면축제를 통해 지역 상권 활성화와 지역 인지도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난해 10만명 정도(KT 이동통신사 빅데이터 기반)가 라면축제를 방문했고 이 중 30%가 다른 지역에서 구미시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구미라면축제가 열리는 장소 인근에 전통시장인 구미 새마을중앙시장도 있어 축제 기간 시장에 있는 국수 골목도 덩달아 붐볐다"며 축제가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구미라면축제를 세계적인 면 축제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