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동반 흑자를 달성하며 2007년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조선업계는 하반기에도 고부가가치 선박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실적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다만 최근 중국 역시 프리미엄 선박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어 조선업 호황이 일시적일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선행 투자를 통해 기술 격차를 벌려 중국과의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선박 가격을 보여주는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 9월 20일 190을 기록하며 초호황기였던 2008년 최고치(191.6)에 근접했다.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세계 선박 건조 가격을 평균 100으로 놓고 지수화한 지표다.
조선 3사 선박 수주 실적도 양호하다. 조선 3사 4분기 수주액은 벌써 2조원을 돌파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현재까지 총 165척, 약 24조5350억원을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135억 달러·약 17조8200억원)를 37.7% 초과 달성했다.
한화오션도 올해 LNG운반선 및 LNG-FSRU 17척, 초대형 유조선 7척,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2척, 초대형 가스 운반선 1척, 해양 1기, 특수선 3척 등 총 31척, 약 61억 달러 규모를 수주해 지난해 수주액(35억2000만 달러)을 훌쩍 넘어섰다.
삼성중공업 역시 현재 총 25척, 약 7조4851억원 규모를 수주해 올해 수주 목표인 97억 달러(약 12조840억원) 대비 58%를 달성했다. 수주 잔액도 319억 달러(약 44조315억원)로 3년 치 이상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업계에선 해양환경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당분간 조선업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장기적인 시장 전망은 낙관하기 힘들다. 중국 조선업이 규모뿐 아니라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선종에서도 '조선업 굴기'를 이어가면서 국내 조선업체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사들은 수주 물량에서도 국내 조선사를 크게 압도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글로벌 선박 수주 누계 4976만 CGT(표준선 환산톤수)에서 중국이 3467만 CGT(70%), 한국이 872만 CGT(점유율 18%)를 차지했다. 올해 수주 선박 수를 비교하면 중국(1222척)은 한국(201척)에 비해 6배를 넘는다.
최근 들어 중국이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 선박까지 넘보고 있다는 점도 상당한 리스크다. 과거 중국은 비교적 기술 문턱이 낮은 컨테이너선에서만 점유율을 높게 가져갔지만 현재는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현재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중국 1·2위 국영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 간 합병이 완료되면 국내 기업의 LNG 운반선 수주 점유율을 빠르게 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중국발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선 국내 역시 친환경 선박에 대한 기술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IT공학과 교수는 "국제 해양환경 규제로 인해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조선업계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최근 중국이 정부 주도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까지 건조에 나서 국내 기업들도 시장 내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기술 개발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