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가운데 밸류업 기업에 7000억원의 자금이 투자된다.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관련 투자문화 확산과 기업가치 제고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31일 한국증권금융, 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코스콤 등 관계기관과 기업 밸류업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증권 유관기관이 1000억원을 출자하고, 이를 민간자금과 매칭해 총 2000억원 이상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다. 필요 시 500억원 내에서도 증액 출자도 고려한다.
오는 4일 상장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의 규모는 5110억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최대 7000억원의 자금이 밸류업 기업에 투자된다.
지난 5월 기업가치 제고 공시 가이드라인이 나온 이후 기업들의 참여는 아직 저조한 상태다. 밸류업 공시나 예고 공시를 낸 61곳에 불과하다. 실제 계획을 낸 곳은 27곳에 그친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금융지주사나 최근 LG전자, SK텔레콤 등 대형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에 동참을 하고 있다"며 "사업 계획이 수립되는 올 4분기, 연말쯤에는 밸류업 공시가 훨씬 더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밸류업 공시 효과는 높다. 주주환원정책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면 시장에서도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진 못했지만 지난 24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KB금융은 이튿날 증권가 호평 속에 주가가 8% 뛰었다.
이처럼 밸류업 필요성은 강조되는 분위기다. 거래소는 ETP가 상장하는 날 열리는 '한국 자본시장 콘퍼런스'에서 '큰 손'인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밸류업 ETF를 대대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밸류업 ETF 출시가 미뤄질 것이란 이야기도 나왔지만 콘퍼런스 개최 시기에 맞춰 4일 출시하는 것으로 협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밸류업 ETF에 유입될 자금이 시장 기대치 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자체에 대한 관심도 낮은 데다 패시브 ETF 특성상 기초지수 구성 종목과 성과를 그대로 추종하기 때문이다. 운용사별로 차별화하기도 어렵다.
패시브 상품이 주를 이루는 밸류업 ETF의 주요 타깃은 개인보다는 기관투자자다. 개인 투자자들은 대표지수형보다는 시장 트렌드에 맞춘 테마형 ETF를 선호한다.
그러나 밸류업 지수 편입종목이 대부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아 저평가주를 선호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200이라는 대표지수와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 없다는 것도 부정적이다.
거래소는 이 같은 인식을 딛고 밸류업 ETP가 마중물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앞으로도 유관기관, 업계와 함께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정 이사장은 "ETF에 대한 세제 지원 건의 등 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착되고, 우리 자본시장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되기까지 지속적인 협조와 노력을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