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우크라이나와 협조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에 피해를 입혀 이를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고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제안하고, 신 실장이 "넵, 잘 챙기겠다"고 답한 휴대전화 메시지가 24일 포착됐다.
이데일리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한 의원이 군 후배인 신 실장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 화면을 포착해 보도했다.
한 의원은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고 보냈다. 신 실장은 "잘 챙기겠다"며 "오늘 긴급 대책회의를 했다"고 답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북한이 1만2000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했으며 일부가 이미 러시아로 이동했다면서 관련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안보회의 등을 주재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22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현재와 같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야합이 지속될 경우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며 "북한의 전투 병력 파병에 따른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단계별 시나리오를 보면서 방어용 무기 지원도 고려할 수 있고, 그 한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마지막에 공격용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무기 지원과 별도로 파병된 북한군 전력 탐색 등을 위해 현지에 모니터링단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니터링단은 현지에서 북한군의 전력을 탐색하고, 상황에 따라 통역 등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야권에서는 '사실상의 한국군 파병이자 참전'이라며 최근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으로 위기에 빠진 윤석열 정부가 안보 이슈로 국면 전환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한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비판도 못하는 의원들이, 국회 의원 개인 텔레그램 대화를 가지고 이것을 악마화하는 데 제가 봐서는 참 가소롭다"고 받아쳤다.
그는 "텔레그램은 제 개인적인 생각을 전달한 것이지,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면서도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됐다는 것을 인민들에게 확실히 알릴 필요가 있다. 알리기 위해서는 피해가 발생한 것을 가지고 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