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효과도 가시적이지 않아 소비 부진이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로서는 내년 경제 정책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 경제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0.1%로 집계됐다고 24일 발표했다. 수출이 전 분기 대비 0.4% 쪼그라든 반면 수입이 1.5% 늘면서 성장률을 0.8%포인트나 끌어내렸다.
잘나가던 수출이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4분기 초입인 10월 들어서도 수출 증가세가 주춤하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10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7억6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9% 줄었다. 수출액은 통상 월초와 월말 증가하고 중순에는 다소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10월에는 무역수지 흑자 전환 속도가 기존보다 늦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당장 올해 법인세가 급감했다. 지난해 글로벌 교역 위축, 반도체 업황 침체 등으로 기업 영업이익이 하락한 영향이다. 정부가 세수를 재추계한 결과를 보면 올해 법인세는 당초 예상보다 14조5000억원 감소한 63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하반기 수출 감소 역시 내년 법인세 규모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
피벗에도 소비 증가 제한적···내년 경기 회복 '글쎄'
수출 부문이 삐걱대는 게 우려스러운 건 경제의 다른 한 축인 내수 회복이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 전환(피벗)이 시작됐지만 소비 회복 속도는 기대 이하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 교수는 "우리나라 정도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 중 민간 소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절반도 안 되는 곳은 거의 없다"며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민간 소비를 부양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하준경 한양대 경제학 교수도 "대외적 불확실성이 크고 내수도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사용마저 보수적"이라며 "전통적으로 한국이 강점을 가졌던 성장 방식이 잘 작동을 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경제 정책 방향성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와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2.2%와 2.1%다.
하 교수는 "올해 수출은 반도체 업황 개선 덕분에 좋았지만 내년에도 계속 긍정적일지는 불확실하다"며 "이를 상쇄할 만큼 내수가 회복될지도 미지수라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는 4분기 중 내수가 나아질 수 있다고 보지만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금 분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공산이 커 적극적인 경기 부양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