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 가능성은 작지만 집권 자민당 단독 과반 확보는 힘들며, 연립여당 과반 확보도 어려울 수 있다”
오는 27일 치러지는 중의원(하원) 선거에 대한 일본 현지 언론 및 여론의 분위기를 종합하면 이같이 정리할 수 있다.
나흘 후 치러지는 총선에서는 지역구 289명, 비례대표 176명을 합쳐 총 465명의 중의원을 선출한다. 이번 선거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취임 8일만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치르는 조기 총선이다. 이시바 총리는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을 공천 배제하는 배수의 진을 쳤다. 5번째 도전만에 가까스로 총리가 된 그이지만 총선에서 패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내면 ‘전후 최단기간 재임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을 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아사히신문은 19~20일에 걸쳐 전국 총 36만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민당은 선거 전 247석에서 50석 정도 감소해 단독 과반인 233석 확보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연립 여당 전체 의석수도 과반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22일에는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도 같은 기간 전국 약 14만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자민당 단독 과반은 물론 정권유지의 마지노선인 자민·공명 연립으로도 과반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산케이는 현재 ‘경합’으로 나타나는 지역구에서 자민당이 대거 패할 경우 의석수가 약 60석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이 지금까지의 예측과 같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다면 가뜩이나 당내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 앞에 펼쳐진 시나리오는 절망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2012년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한 이후 가장 적은 의석 확보에 머무르는 경우 이시바 총리가 우려한 ‘전후 최단 재임 총리’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일본 언론사의 한 기자는 “‘자민당 단독 과반 이하, 자민·공명 합쳐서 과반 유지’라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시바 총리의 당내 기반은 더욱 약해질 것이며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자민·공명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시바는 바로 퇴진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가운데 마이니치신문은 23일, 일본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의 보도를 인용해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로 공천 탈락한 후보가 대표로 있는 당 지부에도 정당조성금(교부금) 2000만엔(약 1억8000만원)씩을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아카하타는 지난 9일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이 공천 탈락 후보 지부에 ‘정당교부금 지급 통지서’를 보냈으며 10일 입금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정당조성금은 일본 국고로 지원되는 정당 보조금으로, 세금이 재원이 되고 있다. 일본 국민 한 사람당 250엔(약 2300원)으로 계산한 금액을 각 정당의 의원수와 득표수 등을 계산해 분배하는 방식으로, 공산당을 제외한 일본 각 정당이 수령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카기타 고지 주오대학 법학부 교수는 “10월 9일은 자민당이 선거대책본부에서 1차 공천 후보를 결정하고 모리야마 간사장이 12명을 공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던 날”이라며 “‘위장 비공천’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격전지를 중심으로 자민당 간부를 총동원해 조직력으로 반전을 꾀하려는 찰나에 선거 자금과 관련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해 일본 민심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