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힌 프로젝트는 정유사업에 국한됐던 에쓰오일이 차세대 먹거리인 석유화학사업의 본격적인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 2580억원이 투입됐다. 현재 프로젝트 건설 현장의 전체 EPC(설계·조달·시공) 공정 진행률은 40%에 도달했으며 오는 2026년 6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날 찾은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은 대규모 장치와 설비를 설치하는 EPC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낮은철골 구조물들이 빼곡히 채워진 건설 현장 중심부에는 이번 프로젝트 핵심 설비인 초대형 크래킹 히터 10기 중 8기가 우뚝 솟아 있었다.
크래킹 히터는 스팀 크래커의 핵심 장치로 나프타∙LPG 등 원료를 열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높이 67m에 달하는 스팀 크래커 10개가 완공되면 세계 최초로 연간180만톤의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게 에쓰오일 측 설명이다.
정동건 프로젝트 구매·관리·조정 부문장은 "에쓰오일이 앞서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경험을 사우디 아람코에서도 높게 평가해 이번에도 세계 최초로 TC2C가 적용된 공정을 선보이게 됐다"며 "석유화학 시장에서 스팀 크래커와 TC2C가 연계된 공정은 강력한 경쟁력으로 평가돼 시장에서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자부심을 표했다.
실제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10%대 초반이던 에쓰오일 석유화학 비중이 25%로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에쓰오일 매출 비중은 정유가 80%로 가장 많고, 석유화학이 12%, 윤활기유가 8%다.
다만 프로젝트 완공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에쓰오일 수익성이 감소한 상황에서 수조원대의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현재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 금액 중 약 29%를 외부 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며, 이 중 일부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마련될 예정이다.
완공 이후 사정도 녹녹지 않다. 차입금에 대한 부담으로 추후 회사 재무구조 악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벌써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 증가로 올해 상반기 기준 에쓰오일의 순차입금은 약 5조 2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은 현재 수립된 프로젝트 자금 조달 계획은 상당히 보수적인 업황을 가정해 수립한 만큼 자금조달 범위 내에서 프로젝트를 원만히 완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훈 에쓰오일 공장지원부문장은 "샤힌 프로젝트는 회사의 명운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시점에 글로벌 경기회복도 예고되는 만큼, 예상했던 만큼의 성과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