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부담 속에서 우리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주요 대기업의 실적이 부진한 탓이 컸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3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93만5597개)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전년 대비 모두 나빠졌다.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증가율은 2022년 15.1%에서 지난해 -1.5%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2010년 통계 편제 이후 최저치다.
제조업은 전자·영상·통신장비, 석유정제·코크스를 중심으로 2.3%, 비제조업은 도소매업과 운수·창고업을 중심으로 0.9% 각각 매출액이 줄었다.
수익성 지표를 보면 지난해 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3.5%)은 2022년(4.5%)과 비교해 하락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2009년 이후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자보상비율은 지난해 191.1%로, 전년의 348.6%보다 대폭 하락했다. 이 또한 2009년 관련 통계 편제 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한해 동안 지급한 이자비용 가운데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수익(영업이익)의 비율이다.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차입금 평균 이자율이 상승하고 금융비용 부담률도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의 기업 비중은 42.3%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은 기업이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양호한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의 기업 비중은 34.2%에서 30.5%로 줄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부채 비율은 2022년 122.3%에서 지난해 120.8%로 다소 낮아졌고, 차입금 의존도(31.4%)는 전년(31.3%)대비 소폭 올랐다.
강영관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지난해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주요 대기업이나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요 제조업 성장세가 크게 감소하면서 역대 최저 수치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강 팀장은 "올해는 반도체 업종이 3분기 컨센서스가 하향 조정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실적 자체가 좋아서 올해는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매출액증가율, 영업이익률 수치가 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주요 수출 대기업은 좋고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개선세가 덜 진행되고 있는 점은 지난해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