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역대 최대를 찍었지만 여전히 중소기업 대부분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정성평가로 중소기업에 대출을 내주는 '관계형 금융'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관계형 금융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수 은행을 선정해 공시하고, 연말 포상 시 이를 반영하고 있다.
정부의 권장 사항인 만큼 관계형 금융 잔액은 매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관계형 금융 잔액은 18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1.4%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만 두고 봤을 때는 전년 말 대비 8.6% 늘었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32.1%) △제조업(22.2%) △서비스업(15.6%) 순으로 증가했다.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종 위주로 자금이 공급됐다. 전체 관계형 금융 중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65.5%다.
표면상으로는 관계형 금융이 순항하는 듯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의 질적 성장을 도울 금융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은 자금 부족 외에 다양한 문제를 함께 겪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고령화로 인한 승계자 부재·기술 분쟁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질적 성장과 관련된 금융 지원책은 미비하거나 출시 후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IBK기업은행과 IBK투자증권이 결성한 '기업 승계 펀드'는 9개월간 151억원이 출자되는 데 그쳤다. 이는 약정 총액(505억원) 대비 30% 정도에 불과하다. 이 펀드는 후계자가 없어 폐업이나 매각할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재조성한 펀드다.
지역 우량 중소기업과의 관계형 금융으로 몸집을 키웠던 지방은행·저축은행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과 밀착해 있다는 특징을 활용해 지역 중소기업과 관계형 금융을 이어왔던 지방은행은 최근 시중은행 전환이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지역 경기가 꾸준히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위주로 영업하는 시중은행보다는 지방·저축은행들이 관계형 금융에 더욱 최적화돼 있다"며 "지역 기반 중소기업들과 지속적으로 상생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방·저축은행들에 대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