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를 담은 개정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이 지난 3월 도입 후 7개월이 지났지만 해외 게임사들은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이번 국정감사에도 관련 문제로 국내 게임사만 소환되면서 규제 역차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2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정 게임산업법이 시행된 지난 3월 22일부터 이달 8일까지의 '확률형 아이템 관련 법안 위반조치 현황 통계'에서 시정 요청 대상이 된 게임물은 총 544건이다. 이 중 해외 게임사가 65%(356건), 국내 게임사는 35%(188건)였다. 해외 게임사 가운데는 중국이 205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게임사들이 주로 홍콩·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서비스하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게임 적발건수의 79.2%가 중국 게임사인 셈이다.
게임산업법에 따라 게임위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위반 사례를 발견하면 게임사에 시정요청을 보낸다. 시정 요청에 불응하면 문체부가 시정 권고를, 시정 권고에도 불응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린다. 시정명령도 불응하면 형사 고발 대상이 된다. 개정 게임산업법 시행 후 시정 권고 단계까지 간 게임물은 총 15건으로 모두 해외 게임물이다. 현재까지 시정명령·형사고발 사례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감에는 국내 게임사만 증인으로 나와 질타를 받았다.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태영 웹젠 대표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표기 오류에 대해 해명했다. 앞서 웹젠은 오류 사실 확인 후 즉각 안내하고 전액 환불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정무위 국회의원들은 웹젠에서 발생한 아이템 확률 조작이 전형적인 사기 행위라고 비난했다. 반면 해외 게임사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 공정위는 현재 웹젠을 포함해 크래프톤, 위메이드, 그라비티, 컴투스 등 5개 게임사에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 모두 국내 업체들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해외 게임사를 강력 제재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국내에 법인이나 사무실을 두고 있지 않은 해외 사업자들은 사실상 국내 법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어서다. 국회도 이러한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해외 게임사가 국내 시장에 게임을 서비스할 경우 의무적으로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실제 시행은 공포 후 1년 후인 내년 9월 26일부터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국내에 영업장이 없는 해외 게임사에도 국내법 적용이 가능하다. 해외 게임사는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 게임물 관리 업무를 대신 관리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형사제재까지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윤덕 민주당 의원은 "당초 시행됐던 자율규제를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게임사 대부분이 해외 게임사였고, 이제 국내법의 영역에 들어와 법적 의무를 지녔음에도 위반 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또한 해외 게임사"라면서 "국내 앱 마켓 게임 부문 매출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일부 해외 게임사들은 현재 국내에 법인이나 사무실을 두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러한 게임사에 대한 즉각 대응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