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감히 못넘본다"..서울버스 준공영제 20년만에 전면 개편

2024-10-22 14:12
  • 글자크기 설정

사모펀드 진입 유인 차단...재매각시 200점 감점

"마른 수건 쥐어짜듯"...사전확정제·표준단가 정산제 도입

2026년, 버스 노선 전면개편...5분내 '대중교통 세력권'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방안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내버스 준공영제 혁신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시내버스 적자분을 미리 정해둔 만큼만 보전해주기로 했다. 운수업체가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위해 자구적인 노력을 하라는 취지다.

또 모든 서울시민이 도보 5분 내에 대중교통 접근이 가능하도록 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2일 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감히 공공 영역인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들어와서 돈벌어서 가겠다는 발상을 못하도록 하겠다"며 서울시내버스 재정·공공성·서비스 혁신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민간자본, 시내버스 못 넘본다···사전심사·벌점 제도 강화

서울시내버스는 2004년부터 20년간 '준공영제'로 운영돼 적자를 시가 전부 보전하는 구조였다. 당초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였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이후 적자가 폭증하면서 시의 재정 부담이 커졌다.

그러나 적자 상황에서도 현금배당이 이뤄졌고 이를 노리고 외국계 사모펀드가 운수업체 인수 후 단기간 재매각하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재정 지원이 사실은 사모펀드의 이윤 탈취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시는 엄격한 사전 심사 제도를 통해 불건전 민간자본 진입을 막는다. 또 외국계 자본, 자산운용사의 진입을 금지하고 국내 자산운용사는 설립 2년이 지난 곳에만 기회를 준다.

진입 후에도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감점 제도를 통해 성과 이윤을 받지 못하도록 한다. 윤종장 교통실장은 "평가 중상위권 버스사는 하루에 버스 한 대당 1만원을 받게 된다. 100대라면 1년에 수십억 원대 성과이윤이 들어오게 된다"며 "그 이윤을 보장받지 못하면 배당이익도 없고 사모펀드가 활동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먹튀'를 차단하기 위해 최초 진입 후 5년 내에 외국계 자본에 재매각하면 5년간 200점을 감점한다. 사모펀드가 이익을 내거나 매각하기 어렵게 만들어 진입할 유인을 차단하려는 취지다.

임의로 차고지를 매각하면 차고지 임차료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미 진입한 민간자본에 대해서는 배당성향 100% 초과 금지, 1개월분 현금성 자산(운전자본) 상시 보유 의무화 등을 통해 배당수익을 제한한다. 또한 회사채 발행 시 사전신고를 의무화하고 회사채로 인해 이자비용이 늘어나면 회사 평가 등에 반영해 과도한 수익 추구가 불가능한 구조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마른 수건 쥐어짜듯"···재정 정상화·시민 편의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오 시장은 재정 혁신에 대해 "최대한 마른수건 쥐어짜듯 하겠다"고 선언했다. 시는 연료비 계약 단가를 낮추는 등 운송업체 자구 노력과 행정절차 축소를 통해 연간 500억원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운송수지를 미리 정해 놓은 만큼만 지원하는 ‘사전확정제’를 2026년부터 시행한다. 운수업체가 정해진 운송수지를 맞추기 위해 낭비 요인을 줄이고 타이어를 공동 구매하는 등 자구 노력을 할 것이라는 기대다. 

또 인건비와 유류비에 대해선 '표준단가 정산제'를 도입한다. 시는 복잡한 행정절차가 사라져 정산 인력이 11명에서 4명으로, 정산기간은 1년에서 14일로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모든 시민이 걸어서 5분 내로 대중교통에 접근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 세력권’을 실현할 계획이다. 2026년을 목표로 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해 촘촘한 대중교통망을 형성한다는 목표다.

그간 땜질식으로 노선 계획을 짜서 비효율적으로 얽혀 있는 서울 시내 버스노선을 원점에서 살펴본다. 앞서 시는 노선 체계 전면 개편 용역을 최근 발주했다.

지하철 노선이 있는 중복 노선, 한 번에 100㎞ 가까이 이어지는 장거리 노선, 소외 노선, 노선 굴곡도 등이 개편 대상이다. 시는 도시철도·광역버스·맞춤버스·시내버스·마을버스 등 노선이 중복 없이 켜켜이 쌓여 소외 지역이 없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자율주행버스 등 신개념 버스 수단도 적극 활용한다. 자율주행버스는 운전기사 수급이 어려운 새벽이나 심야시간 대 청소·경비 등 새벽 노동자 탑승이 많은 노선에 우선 공급한다.

2층 버스는 이용자가 많아 차내 혼잡이 극심한 간선버스 중 굴곡도가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투입한다.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은 고령 인구가 많거나 사회복지시설 인근 지역에 투입한다.

오 시장은 "시민의 편안한 일상과 이동 책임질 서울 시내버스가 다시 한번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20년간 준공영제를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민영제 효율성과 공영제 공공성을 합쳤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