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퇴직금을 모아 창업 전선에 뛰어든 박장석씨(54)는 최근 사업을 정리했다. 박씨와 마찬가지로 올 9월까지 문을 닫은 기업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였다. 팬데믹 위기 이후 발현된 공급망 위기, 수요 둔화로 인한 여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향후 후방효과가 옅어질 수 있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크지 않아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9월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444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1213건)보다 231건 늘고, 2022년(738건)보다는 2배가량 증가했다.
이 같은 속도라면 올해 전체 파산 신청하는 기업은 2000개에 달할 전망이다. 아직 4분기(10~12월) 수치가 남아 있지만 10월분을 합산했을 때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 신청 건수(1657건)에 육박한다.
이는 팬데믹 이후 누적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여파와 이자 상환 부담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폐업 대다수는 중소기업와 자영업자로 파악된다.
한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올해 은행 기업대출은 131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1040조5000억원)이 전체 중 80%에 달한다. 지난 8월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8%를 기록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0.05%로 낮은 수준을 이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통상 자영업자를 의미하는 개입사업자 대출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8월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70%로 2014년 8월(0.79%)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고금리 부담, 원자재 가격 등 물가가 상승한 여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폐업을 파산으로 한다는 것은 현금 흐름이 좋지 않다는 얘기"라며 "국내 소득·소비·투자 등 전반적인 내수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이 좋지 않은데 법인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당분간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1년 뒤에나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리가 큰 폭으로 인하되지 않았을뿐더러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 향후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며 "내수경기가 침체된 기간이 길어질수록 연체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향후 연체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