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 정치9단] 尹 대통령, 韓 대표 '3대 요구'에 무응답...당정 관계 어디로

2024-10-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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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만에 만난 둘...金여사 이슈에 이견만 확인

곧 李와도 '2차 회담'...돌파구 재탐색 계기 될까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시 이탈표 추이도 관심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독대'를 요청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면담' 형식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어렵게 만났습니다. 한 대표는 예고했던 대로 윤 대통령에게 강도 높은 국정 쇄신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구체적 반응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이에 양측이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두고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21일 오후 4시 50분쯤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만나 오후 6시 15분까지 81분간 국정 현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면담은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은 차담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배석했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7월말 한 대표 취임 직후 당 지도부 구성 문제로 비공개 회동을 한 이후 약 3개월 만입니다. 면담에 앞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함께 정원을 산책했고, 여기엔 정 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등 일부 참모들이 동행했습니다.

면담에는 김 여사 의혹과 의정 갈등 등이 주요 의제로 오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로 한 대표가 말하면 윤 대통령이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합니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면담 종료 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 대표는) 김 여사 이슈 해소와 관련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대외 활동 중단, 의혹 사항 설명 및 해소, 그리고 특별감찰관 임명 진행 필요성, 여야의정(여당·야당·의료계·정부)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 필요성을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한 대통령실 측 반응은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박 실장은 대통령이 요구 사항을 수용했는지에 대한 기자들 질의에 "답변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감대 여부나 대통령실 반응이나 말씀은 용산에 확인해보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앞서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면담 전 용산의 인적 쇄신을 요구했을 때부터 "대통령실에는 대통령 라인만 있다"고 못 박으며 불쾌한 기색을 표출한 바 있습니다. 이날 면담에서도 김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한 한 대표 측 요구에 선을 그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며 차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며 차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빈손 회동'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여당 내에서는 국정 난맥 타개를 위한 면담이 되려 '악재'가 됐다는 평이 나옵니다. 사실 여당 내에서는 이번 회담을 두고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많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김 여사에 대한 대여 공세를 높이는 국면에서 아무런 성과 없이 면담이 마무리되면 여당과 대통령실 전체가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위기의식 탓에 국민의힘 원로들은 면담 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김 여사에 대해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제도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3대 요구안을 받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일종의 중재안을 마련해둔 것입니다. 정치권에 따르면 해당 오찬에서 참석자들은 "좋지 않은 모습으로 끝나면 두 사람에게 안 좋고 나라에도 좋지 않다"며 최대한 성과를 끌어내야 한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려 그대로 '빈손 회동'으로 마무리 되면서 야권의 '김건희 특검법' 통과 명분만 더 커졌습니다. 민주당에서는 벌써 '쾌재'가 들립니다. 현재 민주당은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특검법을 처리하고,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오면 재의결을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재의결 시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8표만 나오면 통과되는데, 이미 두 번째 재의결에서 이탈표 4개가 나온 상황이라 11월 재의결에서 찬성 4표만 추가로  나오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한 대표와 이 대표는 두 번째 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날 한 대표는 면담 전 이 대표와 회담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를 상대로 "대통령을 잘 설득하셔서 국정 기조의 전환을 이끌어 내시길 기대한다"며 "면담 잘하시고 좋은 성과 내시고, 또 기회가 되시면 야당 대표와도 한번 만나시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한 대표 측이 "민생 정치를 위해 흔쾌히 응하기로 했다"며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나선 겁니다.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정국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야당이라는 카드를 마련해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곧 민주당 등 야당이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등에서 한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서면 응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다만 국민의힘은 빈손 회동으로 인해 당장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이탈표가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습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특검은 결국 수사권에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이라 역대 특검은 여야 합의하에 처리하는 관행이 있었다"며 "여야 합의가 안된 상황에서 이탈표가 나온다는 건 정권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그걸 원하는 여당 의원들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여당 분열이 가속하면 윤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에 빠지게 됩니다. 이 대표와의 회담으로 또 한번 정국 분수령을 맞은 한 대표가 어떤 출구를 마련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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