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사업 재편에 다시금 속도를 낸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원전 사업에 힘을 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21일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이사회를 각각 열고 그룹 사업 재편을 논의한다. 원전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 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 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이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안이다.
이는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는 정부·투자자들의 지적을 반영해 두산 측이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밥캣을 로보틱스에 넘기는 대가로 에너빌리티 소액주주들이 받는 로보틱스 주식을 당초보다 크게 늘리는 방안이다.
이 경우 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가 받을 수 있는 로보틱스 주식이 3.1주에서 4주 안팎으로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두산은 이사회 결과를 바탕으로 내달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재편안을 확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밥캣을 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한 뒤 두 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은 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당분간 추진하지 않는다.
다만 두산밥캣 주주들의 반발은 양사 합병에 여전히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례로 두산밥캣 주식 1%를 확보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 이사회에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 재추진을 공식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얼라인은 지난 15일 해당 내용이 담긴 주주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라인은 주주서한에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합병 재추진이 두산밥캣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며 합병 반대의 뜻을 드러냈다.
한편 두산그룹은 지난 7월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추진했으나,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감독원 등의 문제 지적으로 관련 계획을 한 차례 철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