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 여신 잔액의 10%가 한화그룹 계열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20일 수출입은행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여신 잔액은 총 135조6327억원이다. 수출입은행은 이중 약 10%에 달하는 13조2523억원의 여신을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계열사에 제공했다. 수출입은행이 여신을 지원한 상위 10개 기업의 여신 잔액 총 26조6382억원의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가 주요 변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출입은행이 한화에 지원한 여신 중 48.8%, 올해는 56.5%가 한화오션에 제공됐다.
차 의원은 “수출신용기관의 여신이 특정 기업에 너무 많이 쏠리면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며 “여신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측은 특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이후 1위에 올랐으며 인수 이후 제공된 여신 대부분은 사전에 약정된 한도 내에서 운영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 의원은 “인수 이후에도 한화계열 전체에 집행한 여신이 9조4386억원(한화오션 4조7233억원)에 달해 단순히 기업결합의 효과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권 차원의 몰아주기” 영향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차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 출신들이 잇따라 한화그룹 계열사로 자리를 옮긴 사실도 지적했다. 차 의원이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2~2023년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한화손해보험,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등에 검사와 검찰 수사관 출신 8명이 이직했다. 수출입은행 상임감사로 차순오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이 선임되기도 했다. 그는 여당 당직자 출신이다.
한화그룹도 이날 참고자료를 내고 "수출입은행 여신 잔액이 한화에 집중돼 특혜 의혹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에서 밝힌 한화그룹 여신 잔액 13조2000여억원은 한화오션 7조5000억원, 방산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2조1000억원 이외 한화 건설 부문 이라크 건설사업 보증, 한화솔루션·한화에너지 친환경에너지 사업 관련 지급보증 등 3조6000억원을 합한 수치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이라크 건설 사업 보증 등을 지원하는 것은 고유 목적에 부합하는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조치"라며 "대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검찰 출신 인사 영입과 관련해선 "2022년 이후 검찰 출신 입사자들 대부분은 수출입은행 여신 관련 업무와 무관한 직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