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사건 처리에 민원인이 불복해 다시 신고하더라도 사건 심사가 시작되는 경우는 5건 중 1건도 안 되고, 재신고 심의 역시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구갑)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재신고사건심사위원회(재심위) 인용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재심위에 올라간 심의 안건 346건 중 19.4%인 67건만 인용(착수)되는 데 그쳤다.
재신고는 공정위가 심사 불개시, 무혐의 종결 등으로 이미 처리한 사건을 다시 신고한 경우다. 재신고가 접수되면 공정위는 상임위원 1명, 민간위원 2명으로 구성된 재심위를 열어 재심사 여부를 결정한다.
기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사실의 오인 또는 법령 해석·적용상의 오류가 발견되거나, 새로운 사실·증거가 발견되면 재신고를 인용, 재심사 명령을 내린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재심위의 재심사 착수 결정이 저조한 것은 재심위 논의 구조 탓이 크다"며 "재심위 절차가 공정위 판단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데 그친다"고 주장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재심위는 여러 사건을 모아 한 달에 한 번가량 서면으로만 열린다. 재심위원들이 공정위로부터 안건 관련 자료와 의안서를 받고, 의안서에 재심사 착수 여부를 표시해 회신하는 방식이다.
특히 재심위원들에 제공되는 자료에는 최초 판단을 내렸던 공정위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공정위는 재심위원들에게 안건을 송부할 때 원신고서, 원신고사건 검토보고서, 재신고서 외에도 재심사여부 검토보고서와 심결보좌담당관 검토보고서를 송부하는데, 여기에 재심사 여부에 대한 자체 판단을 담는다.
조승래 의원은 "공정위가 재신고에도 불구하고 심사를 거부할 경우, 피해자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구제받을 길이 없다"며 "각종 불공정거래에 따른 억울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재심위 절차를 내실화하고, 면밀하고 객관적으로 재심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