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美 대선에서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에 집착하는 이유

2024-10-19 07:44
  • 글자크기 설정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11월 5일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날이다. 약 2주 정도 남았다. 현재 7개 경합 주에서 트럼프와 해리스 간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으나 트럼프가 약간 앞서고 있다. 트럼프의 경제 선거공약은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석유·가스 활용 확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 등이다. 반면 해리스는 법인세 인상, IRA 유지, 친환경에너지 정책을 약속했으며 전기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다. 미 대선에서 글로벌 기업 CEO들은 제각각 기업 이익과 신념에 따라 트럼프와 해리스를 지지하는 성향을 보인다. 특히,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공개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치어리더 역할을 자청하면서 후원금, 선거유세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 정서에서 볼 때 미국 핵심기업 CEO의 적극적인 정치참여 활동이 이색적이다. 머스크가 도대체 ‘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머스크는 “오바마 후보가 대선 출마 시 악수하기 위해 6시간 줄을 서 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 업체 CEO인 일론 머스크는 친환경에너지 정책을 펼쳤던 오바마 정부에 호의적이었다. 2020년 미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오바마 정부 정책을 이어받았기에, 머스크는 바이든을 지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산업 확산과 미국 전기차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IRA를 만들었다. 그동안 진보적인 민주당 성향을 보였던 혁신가 머스크는 지난 7월 13일 트럼프가 선거유세장에서 총격을 받은 시점을 계기로 공개적으로 보수 성향인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트럼프 선거후원단체인 아메리카 팩(America PAC)에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7,500만 달러를 기부하였으며 자신의 SNS인 X를 통해 트럼프 선거운동을 전개하였다. 지난 10월 5일 테슬라 머스크는 트럼프가 총격을 받았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 트럼프와 함께 나타나서 치어리더 역할을 하면서 “싸우자. 투표하자”라고 발언하는 등 후원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전 세계 테슬라 소비자들은 ‘이게 뭐지’, ‘왜’라면서 의아해하고 있다. 그 이유는 트럼프가 선거유세에서 “당선되면 전기차 업체에 보조금을 주는 IRA와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하겠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석유·가스와 내연기관 자동차산업을 좋아한다. 러스트 벨트에 있는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표심을 의식해서다. 과거 트럼프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였으며, 대선공약으로 언급했던 것처럼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였다. 트럼프의 현재 선거공약도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상충하며,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도, 머스크가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거액을 후원하고 있다. 이해 안 되는 상황이다. 그 배경이 무엇일까? 해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론 머스크는 바이든 정부에서 홀대를 당하고 조사를 받는 등 별 재미가 없었다. 테슬라가 전기차 제왕이었음에도 불구, 지난 2021년 8월 백악관이 주최한 전기차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는데, GM, 포드 등 내연기관 자동차 기업들은 참석하였다. 또한, 테슬라 전기차들이 리콜 당했으며, SNS 트위터 인수와 관련해서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를 받았다. 이에 머스크는 바이든 정부에 불만을 품게 되었다. 둘째, 바이든 정부의 글로벌공급망 재구축 정책으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봉쇄정책이 확산하여 미·중 관계가 악화하였다. 중국 상하이에 소재한 기가팩토리를 운영하는 테슬라로서는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다. 테슬라에 중국 시장은 중요하다. 중국의 자율주행차 시장에도 진출해야 하는 처지이다. 테슬라로서는 미·중 관계개선에 새로운 변곡점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셋째, 테슬라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IRA 정책으로 인해 GM, 포드 등 미국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는 물론 현대차 등 해외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경쟁력이 향상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테슬라는 2020년 79%의 미국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는데 올해 2/4분기에는 시장점유율이 49.7%로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머스크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차 지배력을 잃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차라리 IRA 폐지로 경쟁사들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것이 테슬라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넷째, 테슬라는 지난 10월 10일 ‘We Robot’ 행사를 로스앤젤레스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에서 갖고 로보택시인 사이버캡(CyberCab), 로보밴,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 3세대를 선보였다. 2026년부터 로보택시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테슬라는 전기차 캐즘, BYD 등 중국 전기차 기업의 글로벌시장 진출, 새로운 경쟁자 진입 등으로 전기차 산업에서 세계 1위 자리와 혁신기업 타이틀을 놓치게 될까 봐 애태우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가 대선에 승리할 경우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에 힘입어 자율주행차, 로봇, 우주항공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지원을 받고자 한다. 머스크는 ‘화성 도시건설’이라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스페이스 X의 스타십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우주선 스타십의 1단 추진체 회수에 성공하여 우주항공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제 우주선 발사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게 되었다. 우주항공 산업은 미래 먹거리 산업이며, 미 항공우주국(NASA) 등 국가기관과의 협조를 통한 범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스페이스 X가 추진하는 또 다른 사업은 지구 저궤도 통신망 사업인 스타링크(Starlink)이다. 현재까지 6,000개의 위성을 띄웠으며 2027년까지 4만2,00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스페이스 X가 선두주자이지만, 앞으로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미래 정보통신 산업을 좌우할 전략사업이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중국도 범국가적 차원에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 또한, 미·중 기술패권경쟁 차원에서 미 정부의 지원과 규제 완화가 절실한 사업이다.
 
다섯째, 일론 머스크는 평소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테슬라는 7억 6,00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머스크는 올해 3월 베를린 기가팩토리에서 “언젠가는 도지코인 결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트럼프도 지난 8월 29일 SNS X를 통해 대선에 승리할 경우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라고 공언하였으며 선거유세에서 “친 가상자산 대통령”이 될 것이며 가상화폐 규제완화 등을 약속하였다. 트럼프 가족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암호화폐 플랫폼인 ‘월드 리버티파이낸셜(WLF)’은 지난 10월 15일부터 토큰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미 대선에서 코인베이스, 리플랩스 등 가상화폐 업체들의 후원금이 두드러지게 많다. 비트코인 업체들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비트코인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상화폐 산업에서도 일론 머스크와 기업인 출신 전직 대통령인 트럼프 간의 관심사가 일치된다.
 
테슬라 머스크가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헌신하는 까닭을 종합해보면, 해리스보다는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테슬라 사업에 유리하다는 사업가적인 판단이 깔려 있다. 일론 머스크는 혁신가이자 기업인이다. 트럼프는 머스크에 ‘정부효율위원장’이라는 직책을 제시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에서 글로벌공급망 재구축의 핵심사업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희토류 등이었다. 만일 트럼프가 당선되어 일론 머스크가 미국 경제의 혁신을 주도하는 자문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면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당기는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우주항공 산업, 스타링크 등 테슬라의 역점사업과 함께 가상화폐 시장이 활성화할 것이다.

현재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인은 일론 머스크와 함께 WWE 공동설립자인 린다 맥맨, 카지노 사업가 미리엄 애덜슨 등이며,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먼 등은 해리스를 선택하였다. 민주당 후원자였던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바이든 정부의 빅테크 규제에 실망하여 지난 8월 대선 중립 입장을 선언하였으며, 트럼프와 2차례 통화를 하는 등 트럼프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기업가들은 기업 이익을 위해 대선 후보자들에게 거액을 후원하거나 지지 견해를 밝힌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SK하이닉스, 배터리 3사 등 국내기업들은 미 대선에서 어느 후보를 지원하고 있을까?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다. 당연히 기업 이익과 연관된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랄 것이다. 미 대선 결과가 글로벌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조만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미 대선 결과에 따른 후폭풍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특임 강의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