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의 빅 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도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기대와 달리 부진해 주식시장 변동성을 피해 채권 투자로 발길을 돌린 투자자들을 울상 짓게 만들고 있다. 미국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값이 떨어진 영향이다.
17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1.44%로 나타났다. 미국 국채 30년 선물가격을 2배로 추종하는 ETF다. 'RISE 미국장기국선물레버리지(합성 H)'는 8.82%,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는 8.66%,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5.98% 하락했다.
통상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장금리도 하락해 채권 가격이 오르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지만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한 달 동안 0.326%포인트 올랐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지표가 인플레이션 부담을 키웠다.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2%로 전문가 예상치(0.1%)를 소폭 상회했다. 근원 CPI도 전월 대비 0.3% 올라 예상치(0.2%)를 웃돌았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CPI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 가격지수 상승률이 둔화됐는데도 주거 이외 항목에서 근원 CPI 상승세가 강했다"며 "근원 CPI를 얼마든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9월 근원CPI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거 외 항목들이 물가 압력을 높인다면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연준의 인플레이션 경계감도 높아질 수 있다"고 짚었다.
9월 미국 고용보고서 발표에서 신규 일자리 증가 폭이 예상치를 훌쩍 웃돈 것도 시장의 기대감을 낮췄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추가 빅 컷이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예상보다 견고한 경제지표로 인해 0.25%포인트 내리는 '스몰 컷' 전망이 우세해졌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준이 11월 FOMC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92.1% 반영됐다. 한 달 전에는 빅 컷 가능성을 29.0%로 봤지만 현재는 0.0%다.
빅 컷 이후 1개월 수익률은 채권형 ETF보다는 주식형 ETF가 더 양호한 모습이다. 특히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중국 증시 ETF가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TIGER 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합성)'는 52.96%,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는 51.22%,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합성)'는 49.62%, 'ACE 중국본토CSI300레버리지(합성)'는 46.45%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