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참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결정이 고려아연 경영권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현재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향후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고려아연은 전체 발행주식 수의 17.5%에 해당하는 주식을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한 후 소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지분율은 현재 38.47%에서 45~46%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남규 서울대 교수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공적자금인 국민연금이 국가 기간산업을 노리는 단기자본을 돕는 행위는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는 이미 고려아연은 물론 지역사회, 협력업체, 국내 산업계에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중국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호주 등 우방국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금융감독당국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은 오는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자금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투입에 관해 집중 질의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공개매수 과열 양상에 대해 경고하며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의 자금 운용에 있어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MBK 방지법'(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국민연금의 ESG 투자 의무화,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 강화, 투자 대상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향후 국민연금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