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1인당 택배 이용 건수가 1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최근 발표한 ‘택배산업 현황 및 성장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연간 택배 물량은 51억5000만건으로, 2020년(33억7000만건)보다 52.9% 증가했다.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건수는 100.4건으로 집계됐다.
택배 시장은 전통적으로 온라인 유통과 함께 성장해 왔지만, 2022년을 기점으로 두 시장의 성장세는 갈렸다. 지난해 택배 물량은 전년 대비 22.5% 증가한 반면, 이커머스 시장은 엔데믹 영향으로 같은 기간 4.8% 성장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보고서에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초저가 상품과 강력한 마케팅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국내 택배사들이 이들 업체의 물동량을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업체 간 치열한 경쟁도 택배 시장 확대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배송 속도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이커머스 업체와 택배사들은 풀필먼트(fulfillment) 시스템을 구축해 신속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이에 따라 배송 서비스는 익일 배송, 새벽 배송을 넘어 당일 배송으로까지 확대됐다.
마종수 한국유통연수원 교수는 “이커머스 업체들의 신속한 배송에 대응하기 위한 풀필먼트 내재화 경쟁이 고객 유입을 촉진시켰고, 결과적으로 택배 물동량 증가로 이어졌다”며 “이커머스와 택배 시장의 동반 성장을 중요한 원동력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유료 회원제 확산도 택배 이용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유료 회원은 일반 회원과 달리 무료 배송, 무료 반품 혜택을 누릴 수 있어 고객들이 택배를 더 자주 이용하게 됐다.
특히, 반품 증가도 택배 물량 확대에 기여했다. 쿠팡과 네이버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뿐만 아니라, 무료 반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반품 물동량도 함께 증가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반품 절차를 간소화해 반품 물량 증가를 더욱 가속화했다.
이커머스 업체와 택배사들이 물류 인프라와 자동화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것도 중요한 성장 요인이다. 기업들은 지역별로 분산된 물류 인프라를 통합하고, 인공지능과 물류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물류 효율성을 높였다. 그 결과 저렴한 택배 단가 구조가 유지됐으며, 이는 시장 성장을 가속화했다. 실제로 택배 평균 단가는 2012년 2506원에서 2021년 2366원으로 5.6% 감소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국내 소비자들은 이커머스의 빠른 성장과 택배 시장 내 치열한 경쟁 덕분에 더욱 신속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누리게 됐다”면서도 “택배 물동량 증가에 따른 1회용기 사용과 과대포장 등의 부작용이 문제시되는 만큼, 재활용과 재사용을 포함한 순환 비즈니스 모델 확산과 친환경 포장에 대한 국가와 기업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