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계가 공공과 민간 시장을 가리지 않고 디지털 전환(DX)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설계에서 시공·유지관리 분야까지 정밀 공정을 통한 효율성 제고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다만 DX 전환을 위한 현장 BIM(빌딩 정보 모델링) 활용을 위한 제반 인프라 및 인력 확충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어 이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BIM 중 단지 분야 국제표준(ISO 19650) 인증을 위한 컨설팅 용역을 이달 18일까지 진행 중이다.
LH가 BIM 국제표준 인증 획득에 나선 것은 국제 수준에 맞는 디지털 설계 역량을 자체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ISO 19650은 영국왕립표준협회(BSI)가 2018년 제정·도입한 BIM 분야 표준인증이다. BIM 분야에서 △정보관리 △인력양성 △기술·품질 표준화 역량 등을 국제표준 수준으로 측정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현재 유럽연합(EU) 일부 국가와 영국,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는 해당 인증을 일정 단계 이상 획득한 업체에만 사업 입찰 등을 허용하고 있다. 사우디의 핵심 국책사업이었던 ‘네옴시티’도 입찰과 관련해 관련 인증을 요구하는 등 기본 공정에서 해당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토교통부는 공공 및 민간 업체에 대한 BIM 표준 인증 지원에 나서 2030년까지 국내 모든 공공공사에 BIM 도입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일부 공기업은 공사비가 500억원 이상인 공공주택 사업에 한해 BIM 기술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주요 건설사도 BIM 역량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상위 10대 건설사 중에서는 삼성물산·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GS건설·DL이앤씨·대우건설 등 6개 업체가 관련 인증을 획득한 상태다.
다만 여전히 현장 상당수를 책임지고 있는 중견·중소 시공사는 BIM 도입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지방 공공기관 입찰에 주로 나서고 있다는 수도권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전문인력이 없어 BIM 설계에 관해서는 엔지니어링사에 하청을 주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가 공공공사에서 BIM 활용 범위를 늘리는 것은 수주난에 시달리는 지역 업체에 진입 장벽을 높이겠다는 의미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충청권 한 시공사 역시 “BIM 기술과 관련해 관공서나 발주처에서 요구하는 요건과 범위가 현장이 수행 가능한 결과와 괴리될 때가 많다. 심지어 발주처도 BIM을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관리자들이 없거나 관련 소프트웨어를 보유하지 못한 곳도 있다”며 “프로그램이나 관련 도입 비용도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편이라 계획과 달리 BIM 활용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대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도급 상위 10위 밑으로만 내려가도 전문인력은 고사하고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것조차 이제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라며 “2030년까지 공공공사 전체에 BIM을 도입하려면 전체 인력도 많이 육성되어야 하는데 상당수 업체들이 BIM을 다루고 만들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