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진호의 불법 도박 인정 파문 여파가 상당하다.
이진호는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죄송합니다. 저의 잘못된 판단에서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며 "저는 2020년 우연한 기회로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에서 게임을 시작했고, 감당하기 힘든 빚을 떠안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저에게 남겨진 채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변제해나가겠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그것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저에게 실망했을 많은 분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 드린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제가 한 잘못의 대가를 치르겠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입장을 마무리했다.
이러한 이진호의 불법 도박 인정은 점점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단 그가 고정 출연 중인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 측은 이날 "이번 주 녹화부터 이진호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며 기촬영분에 대해 "최대한 편집해 방송하겠다"고 설명했다. 출연진의 갑작스러운 사생활로 인해, 제작진의 업무는 가중됐다. 또한 향후 프로그램의 제작 방향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민폐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날 그는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코미디 리벤지' 제작 발표회를 앞두고 있었다. 제작발표회 당일 불법 도박을 인정한 그로 인해, 이날 제작발표회에서는 프로그램 취지보다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내일(15일) 공개를 앞두고,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의 강점을 어필해야 하는 자리가 출연자의 일탈을 해명하는 자리로 바뀐 순간이었다. 제작진과 이경규는 "코미디언 한 명이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라고 개의치 않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방송 내용보다는 '불법도박'을 인정한 이진호의 편집 여부 등에 관심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 외에 이진호는 동료 연예인들에게도 금전적 피해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텐아시아는 이날 이진호의 거짓말에 속아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과 가수 영탁, 개그맨 이수근 등이 수억원가량의 돈을 빌려줬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빅히트 뮤직 측은 이날 "지민이 이진호에 의해 금전 피해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민은 차용증을 쓰고 대여해준 것이 전부"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진호는 지민에게 1억원을 빌린 뒤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진호의 불법 도박 인정은 방송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진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피해는 물론, 동료 연예인들은 "불법 도박을 하는 사실을 알고도 이진호에게 돈을 빌려준 것 아니냐"는 오명을 해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심지어 불법 도박을 인정한 시점이 신작의 제작발표회 당일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아는 형님' 측과 '코미디 리벤지' 측에 미리 언질을 주고 대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출연자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아닌지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