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발표를 앞둔 '녹색여신 취급 가이드라인'을 두고 세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간의 작업이 친환경·녹색 경제 활동이 무엇인지 단순 분류하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 나올 지침은 녹색대출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대출 취급에 대한 규범을 정립하는 것이다. 정책 변화에 발맞춰 금융사들은 앞다퉈 녹색여신 기업대출 프로세스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출 기준을 완화하고 산업별 세분화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재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녹색여신 취급 가이드라인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친환경적으로 대출을 내어주고 받는 녹색대출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대출 취급 전 과정에 대한 행동 규범을 담는다. 앞서 정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만들고, 이를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하지만 아직 녹색대출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한 것이 현실이다.
금감원은 활동·인정·배제·보호 등 4가지 기준으로 녹색여신을 관리할 계획이다. 녹색대출을 취급하고자 하는 차주가 △친환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인지(인정) △인권·노동·안전 등을 위반하지 않는지(보호) 등을 점검하는 식이다. 예컨대 A기업이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때 녹색대출을 받으려면 온실가스 감축설비·시스템을 구축하는지 또는 건설·운영 과정에서 강제 노동 행위나 뇌물수수 등 보호 기준을 위반했는지를 보게 된다.
이에 국내 은행들도 앞다퉈 녹색분류체계를 적용한 기업대출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부터 대기업을 대상으로 시범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하반기엔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녹색적합성 심사체계와 전산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KB국민·하나은행은 IBK기업은행에 이어 지난해부터 지속가능연계대출(SSL)을 취급 중이다. 이 상품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성과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존 환경 관련 기업 대출 상품이 과도하게 까다로운 점을 지적했다. 실제 국민·하나·기업은행에서 취급하고 있는 SSL은 관계 부처에서 대출 추천서 등을 발급받아야 하다 보니 기업의 참여가 더딘 편이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기업이 녹색 프리미엄을 자발적으로 감수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강력한 완화 정책을 펼쳐 자금이 투입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는 "중소기업들은 녹색여신을 받기 위해 택소노미 적격임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며 "적격성을 대신 평가해줄 수 있는 자문 등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