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업체 AMD가 새로운 인공지능(AI) 칩과 서버용 칩을 내놓고, 각 시장 1위인 엔비디아와 인텔에 도전장을 던졌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다소 냉랭한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리사 수 AMD CEO는 이날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인스팅트(Instinct) MI325X'로 명명된 신형 칩을 발표했다. AMD가 최신 MI300X 칩의 후속작으로 내놓은 이 칩은 올해 연말 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AMD는 내년 하반기에는 차세대 칩 시리즈인 MI350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MD가 이번에 내놓은 '인스팅트 MI325X' 칩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블랙웰을 겨냥한 것으로, AMD는 이 칩이 현재 최고의 AI칩으로 평가받고 있는 엔비디아의 H(호퍼)200에 비해 메모리 용량은 1.8배, 대역폭은 1.3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델, HPE, 레노보 등이 내년 1분기부터 '인스팅트 MI325X' 칩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을 출시할 것이라고 AMD는 언급했다. 앞서 AMD는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AI 서비스업체들의 AMD칩 구매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리사 수 CEO는 "MI325 플랫폼은 (메타 AI 모델) 라마3.1에 탑재된 H200보다 40%나 높은 추론 성능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AI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예상을 넘어서고 있다"며 "AI 투자 속도는 모든 곳에서 계속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리사 수 CEO는 '인스팅트 MI325X' 칩 생산은 TSMC에 전적으로 맡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대만 밖에서도 추가적인 생산 시설을 이용하고 싶다"면서도 "우리는 TSMC의 애리조나 공장 이용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AMD는 이날 행사에서 '투린'으로 명명된 새로운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라인을 발표하고 인텔이 지배하고 있는 서버 CPU 시장에 대한 공략 의지도 나타냈다. 동시에 AMD는 젠5 아키텍처 기반의 3PC 및 랩톱 칩도 공개했다. AMD는 자사의 최신 서버 칩인 EPYC9965가 인텔의 서버 칩 '제온'보다 비디오 트랜스코딩 시간이 4배나 빠른 것을 비롯해 전반적인 성능이 인텔 칩보다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다만 AMD는 인텔이 9월에 발표한 차세대 서버 칩 제온6와의 비교는 아직 실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 칩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날 뉴욕증시에서 AMD 주가가 4%나 급락하는 등 시장의 반응은 냉랭한 모습이다. IT 컨설팅업체 서미트 인사이츠의 킹가이 찬 연구원은 "새롭게 발표된 고객사들이 없었다"며, AMD 주가가 이번 발표회 이전에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로 이미 많이 오른 부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CNBC는 "AMD가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있어 최대 장애물은 경쟁업체인 엔비디아의 칩이 자체 프로그래밍 언어인 CUDA를 사용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AI 개발자들 사이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사실상 개발자들을 엔비디아의 생태계에 묶어두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응해 AMD는 이번 주에 ROCm이라 불리는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 사실을 알리며 개발자들이 AMD칩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