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한테는 그냥 글 쓰라고 하면 좋겠어요. 노벨상은 책이 완성된 후 아주 먼 미래에 나오는 결과잖아요.”
지난 2016년 5월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던 소설가 한강(53)은 당시 이처럼 말하며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랬던 한강이 이번엔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안으며, '최초' 역사를 다시 썼다. 한국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한림원은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 “한강의 작품은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동양적 사고와 결합해 탐구하는 특징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강의 작품은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준다”라며 "그는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를 통해 현대 산문의 혁신적인 작가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9살 때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사했다. 한강은 유명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연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한승원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때 한강이 쓴 문장을 보며 깜짝 놀라서 질투심이 동하기도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강은 올해로 작가 생활 32년째를 맞는다.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당선된 그는 그 이듬해인 1994년 서울신문에 단편 ‘붉은 닻’을 출품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2005년 소설 ‘몽고반점’으로 제29회 이상문학상을 탔다. 작고한 문학평론가인 이어령 전 장관은 “몽고반점은 기이한 소재와 특이한 인물 설정, 그리고 난(亂)한 이야기의 전개가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차원 높은 상징성과 뛰어난 작법으로 또 다른 소설 읽기의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했다.
2010년 '바람이 분다, 가라'로 제13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하고, '아기부처'로 제25회 한국소설문학상을 받았다.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알린 것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와 함께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받으면서다. 맨부커 선정위원회는 “압축적이고 정교하고 충격적인 소설이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며 선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2014년 출간한 '소년이 온다'는 광주의 슬픔을 그렸다. 이 소설에는 1980년 광주에서 벌어진 5·18 광주민중항쟁을 배경으로 계엄군에 맞서다 죽음을 맞게 된 중학생 동호와 주변 인물들의 참혹한 운명이 담겼다. 한 작가는 2017년 말라파르테상 수상 소감을 통해 "존엄과 폭력이 공존하는 모든 장소, 모든 시대가 광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강은 어려서부터 익힌 피아노와 노래 실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전해진다. 2007년에 펴낸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에 작가 자신이 작사, 작곡하고 보컬까지 맡아 부른 노래 10곡을 담은 음반(CD)을 함께 수록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강 작가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라고 축하를 건냈다. 이어 "작가님께선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위대한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켰다"며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 주요 외신도 일제히 수상 소식을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강은 한국에서 선구자로 칭송받아 마땅하다”고 찬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