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회사의 앞날에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8일 전 부회장은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에게 이례적으로 공개 메시지를 발표하며 "경영진 전체가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먼저 올린다"면서 "성과 부진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에 대한 걱정,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삼성의 위기론 등에 대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책임자로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극복의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면서 "기술과 품질은 삼성의 생명이자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자존심인 만큼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더 나아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그는 "미래를 보다 철저히 준비해 두려움 없이 미래를 개척하고, 한번 세운 목표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 달성해내고야 마는 우리 고유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며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전 부회장은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고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삼성의 전통인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며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투자자 여러분과는 기회가 될 때마다 활발하게 소통해 나가겠다"며 "우리가 치열하게 도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구원투수로 전격 등판했다. 이번 의지 표명은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의 수장으로서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에 대한 책임을 절감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 부회장은 취임 후 수시로 메시지 발표를 통해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5월 취임 직후에는 "무거운 책임감과 비상한 각오로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해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하겠다"고 다짐했고, 지난 8월에는 DS 부문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 문화, 축적된 연구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빠르게 경쟁력을 회복하자"고 격려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74.4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보다 10% 이상 낮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