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지난달에만 9조원이 넘는 규모의 은행채를 순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금리가 빠른 속도로 내리면서 예금 등 수신창구보다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발행액은 28조1400억원, 상환액은 19조702억원을 기록했다. 순발행액은 9조698억원으로, 전월(2조9187억원) 대비 3.1배 늘었다. 월 순발행액 기준으로는 지난 4월(10조4996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은행채 순발행이 크게 늘어난 것은 최근의 시장금리 하락이 은행 자금조달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채 1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연 3.208%로 지난달 초(연 3.365%)와 비교하면 0.157%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간 은행채 5년물 금리도 연 3.33%에서 3.202%로 0.128%포인트 내렸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예금 등 수신창구에서 경쟁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기보다는 금리가 내림세를 탄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5대 은행에서 수신 대비 여신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난 점을 들어 늘어나는 대출을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로 채권을 발행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로 지난달 5대 은행 수신 규모는 6540억원 증가에 그쳤지만 여신 규모는 8조592억원 불었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를 올렸지만 7월 전후로 계약이 이뤄진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시차를 두고 실행되면서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채권시장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향후 은행 자금조달 전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올 3분기 은행채 12조2682억원, 회사채 1499억원이 순발행됐는데 은행채와 회사채가 동시에 순발행을 기록한 것은 2022년 3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시장에서 중장기적인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회사채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은행채 발행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연말 결산을 앞두고 자금이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의 자금조달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채를 비롯한 채권금리가 낮아지면서 최근 시장에서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금리 인하, 채권시장 활성화 등 현상이 이어지면 은행들도 이에 맞춰 자금조달 전략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