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감] '노태우 비자금' 놓고 노소영·노재헌 출석 묵묵부답...의혹 더 커지나

2024-10-0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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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숙 메모 진위 여부 집중 검증

베일에 싸인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전모 관심 커져

노소영·노재헌 남매 국회 연락 피해...동행명령 검토

사진연합뉴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으로 인해 '노태우 비자금'이 올해 국회 국정감사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8일 법무부 국감에서 노태우 비자금 관련 명목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소영 관장,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노 관장은 최 회장과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중 '선경(SK 전신) 300억' 등 구체적 실명과 액수가 적힌 904억원 상당 비자금 조성 내역인 '김옥숙 메모'를 제출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5월 이를 주요 근거로 재산 형성 과정에서 노 관장 기여도를 인정하며 최 회장이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김옥숙 메모에 담긴 자금들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노태우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국감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일례로 지난 8월 김 여사는 노 원장이 재직하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2016년부터 2021년까지 147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김 여사는 평생 소득활동을 한 적이 없어 이러한 거액의 기부금 출처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동아시아문화센터로 유입된 150억원은 노태우 비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김옥숙 메모를 놓고 30여 년 만에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전모를 밝힐 '스모킹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메모에는 1998년 4월과 1999년 2월 김 여사가 자필로 작성한 '맡긴 돈' 리스트가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동생인 노재우씨 251억원, 선경 300억원 등 구체적인 실명과 액수도 거론되고 있다.

노 관장은 이 메모를 근거로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이 선경에 흘러들었다고 주장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신빙성 있다고 보고 재산분할 액수를 1심 655억원에서 20배가량 크게 늘렸다. 다만 SK그룹이 해당 자금이 유입된 적 없다고 반박하면서 사실관계에 대한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노태우 비자금은 그동안 대법 판결로 확정된 추징금을 모두 완납한 것으로 세간에 인식되어 왔다. 노 전 대통령은 46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징역 17년과 함께 추징금 2628억9600만원을 선고받았고, 16년이 지난 2013년 이를 완납했다. 이 과정에서 추징금으로 낼 돈이 없다며 동생인 노씨 및 사돈인 신동방그룹 측과도 소송전을 벌인 바 있다.

국감에선 904억원 메모 내용에 대한 진위와 자금 출처에 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노 전 대통령 사망 후 이를 상속 신고하지 않았으면 탈세가 될 수 있고 공소시효도 아직 남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재산 공개를 하면서 연희동 집과 예금 등이 전부라고 말한 바 있다. 1995년 비자금 수사 당시 '안방비자금' 의혹이 국회·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됐으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추징 과정에서 대검 중앙수사부는 12억원이 입금된 김 여사 예금계좌 2개를 추가로 발견했는데, 김 여사가 마지못해 추징에 동의하면서 검찰도 자금 출처를 따로 조사하지는 않았다.

공시 등에 따르면 동아시아문화센터 자산 대부분은 김 여사 기부금으로 형성됐다. 김 여사가 노 전 대통령 사망 전인 2020년 95억원을 기부하고 사후 추가 출연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재단을 상속·증여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만약 재단을 활용해 비자금을 세탁했다면 당사자들이 법죄수익은닉규제법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이 밖에 국감에선 페이퍼 컴퍼니 설립 등 노 원장 역외자금 의혹에 대한 질의도 함께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노 관장과 노 원장이 국감 출석 요구를 고의로 회피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법사위는 이들에 대한 동행명령을 검토 중이다. 법사위 관계자에 따르면 노 관장 남매는 국감을 하루 앞둔 7일까지 휴대전화를 꺼두는 등 국회 연락을 피하고 있다. 국회 조사관이 증인 출석 요구서를 들고 이들 자택과 회사를 방문했지만 결국 전달하지 못했고, 우편으로 보낸 출석 요구서는 반송됐다. 김 여사는 건강상 이유를 들며 불출석 사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법사위는 이들이 아무 회신 없이 국감에 불출석하면 의결을 통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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