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초 중저가형 모델인 '아이폰SE' 4세대 기기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번 모델은 2022년 3세대 출시 후 3년 만이다. 2016년 첫 선을 보인 아이폰SE는 기본 모델보다 200달러 이상 낮은 400달러대의 가격에 판매된다. 이번 아이폰SE4도 400~500달러 사이의 가격이 책정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이전 SE 시리즈와 달리 OLED 패널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해당 물량은 중국 BOE가 대부분 담당하고, LG디스플레이도 일부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BOE가 이번 아이폰SE 4세대의 물량을 맡게 되면서 한국 기업을 추격할 발판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의 아이폰SE 시리즈는 플래그십 스마트폰보다 비중은 작지만, 지난달 출시한 아이폰16 시리즈가 초반 흥행 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 최근 인도 등 중저가 시장이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보급형 모델이 예년 대비 약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BOE 입장에서는 애플과의 신뢰도를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애플이 공급처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BOE가 예정대로 아이폰SE 4세대 물량을 소화하면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7 시리즈에서 보다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애플의 최대 패널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물량이 위협받게 된다. 아이폰 시리즈는 일반 모델에 삼성디스플레이와 BOE가, 프로 모델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이미 자국 물량을 기반으로 LG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OLED 출하 물량을 뛰어넘은 BOE는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격차도 점차 줄여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BOE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 격차는 2022년 55.2%포인트(p)에서 2024년 30.9%p로 축소될 전망이다.
이에 국내 패널업체들은 태블릿·노트북 등 차세대 OLED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 애플의 아이패드용 OLED 공급에 성공하는 등 중국 기업들과의 격차 벌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또 미국 하원이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서한을 미국 국방부에 보내는 등 반도체에 이은 디스플레이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SE 4세대의 물량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BOE에게는 애플의 신임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중국이 스마트폰 OLED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늘려가는 사이 한국 기업들도 그에 발맞춰 차세대 제품을 공급하며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