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턴·레지던트(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해결될 실마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은 이미 지난해 수준을 훌쩍 넘어섰으며, 종합병원 사망환자 수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아주대병원, 9월부터 의사 신규 채용···아직까지 지원자 ‘0’
6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아주대병원은 지난달부터 전문의 신규 채용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지원자는 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더 준다고 해도 인력이 이탈하거나 신규 인력 유입이 쉽지 않은 상황은 의료계 전체적인 흐름인 것으로 파악된다. 사직한 전공의들은 동네 의원급이나 요양병원, 한방병원 등을 찾고 있으며 상급종합병원은 억대 임금 인상 제의에도 인력 보충이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 사직·임용을 포기한 레지던트 9016명 중 3114명(34.5%)이 의료기업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 레지던트 수가 한 달 반 새 398% 급증했다. 앞서 복지부가 지난 8월 5일 집계한 레지던트 5701명 가운데 다른 병원으로 재취업한 이는 625명이었다.
반면 레지던트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에 재취업한 이는 1.7%에 불과했다. 전공의는 △대학병원 △종합병원 △의료원·클리닉 △전문병원 등에서 수련한다. 이후 전문의 자격시험, 자격 취득, 의료기관 취업 등을 거친다. 인턴을 마친 레지던트가 수련 과정을 포기하고 다른 의료기관에 재취업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미 의사 면허를 취득한 상태라면 재취업 후에도 진료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행정·연구 등 분야에서 일을 해야 한다.
◆고래들 싸움에 터지는 국민···응급실 뺑뺑이·사망자 수 전년보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 증원’ 시점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응급실 뺑뺑이 피해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대학병원에서는 진료환자는 줄었는데 사망자는 전년보다 늘어났다.
올해 ‘응급실 재이송’ 건수는 이미 작년 한 해 건수 대비 85%를 넘어섰다. 의료업계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응급실 재이송은 총 3597건이었으며 사유는 ‘전문의 부재’가 1433건(39.8%)이었다. 이 기간 병원으로 두 차례 재이송된 사례도 121건, 세 차례 재이송된 사례는 17건, 네 차례까지 재이송된 사례는 23건이었다.
전공의 집단사직 발발 후 실제로 응급실 사망 건수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국공립대학병원에서 의료공백 기간(2024년 2~8월) 수술 예약·취소 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전년 동기와 분석 비교해 본 결과 수출 취소 건수와 사망환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이탈이 시작된 지난 2월 의료기관 전체 진료 인원 1만명당 사망환자 수는 6.9명으로 전년보다 0.5명 증가했다. 3월에는 진료 인원이 약 53만명 줄어든 반면 사망자 수는 1125명 늘어나며 인구 1만명당 사망환자 수가 6.3명에서 6.8명으로 0.5명 늘어났다. 3월 이후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진료 인원도 줄며 진료 결과 사망자 수가 줄어든 반면 종합병원과 병원급에서는 진료 인원은 줄었지만 사망환자는 늘어났다.
한편 의료계는 전공의 복귀 전제 조건으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를 내걸고 있다. 반대로 정부가 원하는 의대 정원 증원 재논의 시점은 2026학년도 이후다. 입시가 진행 중인 만큼 2025학년도 2000명 증원은 이미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