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 건너편 아벤에젤이라고 적힌 간판을 단 옷가게 앞, 그간 없었던 ‘성동구 공공시설 셔틀버스 정류장’ 입간판이 생겨 눈길을 끌었다. 새로 생긴 입간판이 궁금한지 힐끔 보고 지나가는 구민들도 종종 보였다.
입간판 한쪽 면에 적힌 노선표를 살펴보니 서울숲복합문화체육센터부터 소월아트홀, 동주민센터, 도서관 그리고 공영주차장 등 모든 정차역이 공공시설로 구성돼 있었다.
성동구는 지난 2일부터 성동구 공공시설 셔틀버스, 이른바 성공버스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구민들이 관내 공공시설을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대중교통 노선의 공백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성동구는 마을버스 노선과 최대한 겹치지 않는 금호동과 응봉동, 행당동, 성수동 일대 공공시설로 노선을 짰다.
서울숲으로 운동을 나선 김민석씨(52)와 한주연씨(51) 부부는 금호동1가 공영주차장 정류소에서 성공버스에 올랐다. 그들은 “공영주차장 정류소 인근은 경사가 심한 언덕인데 마을버스도 없어 마트에 가려 해도 오르막을 힘들게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그렇고 건너편 아파트 주민들도 성공버스가 생겨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에게 눈이 되어줄 예비 안내견 기백이(5개월생·레브라도 리트리버)에게 성공버스는 교육 현장이 됐다. 3개월째 기백이에게 안내견 교육을 하고 있는 임지혜씨(44)와 임씨 발밑에 조용히 엎드려 버스 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기백이를 성공버스 안에서 마주쳤다.
임씨는 “시각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견 훈련을 해야 하는데 안내견 조끼만 착용하면 무리 없이 탈 수 있는 지하철과 달리 시내버스에선 아직까지 어려움이 있다”며 “그런데 성공버스에 안내견이 탈 수 있는지 구청에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했고, 오늘 처음 기백이가 성공버스에 탄다고 했을 때 기사님께서 ‘당연히 타야죠’라고 해주셔서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12년 동안 성동구에 살고 있다는 임씨는 “금호에서 성수 방향으로 이동하려면 왕십리까지 가서 갈아타고 가야 했는데 성공버스 덕에 한 번에 갈 수 있게 됐다”며 “지금 기백이랑 서울숲까지 갔다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인데 부담을 덜었다”고 만족해했다.
다만 성공버스가 무료로 운행되고 구민 세금이 쓰이는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공시설 이용자와 노인·임신부 등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성공버스를 운행하는데, 실상 셔틀버스 전용 웹을 통해 QR코드(탑승권)를 받을 때 이를 구분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QR코드 발급에 어려움이 있는 65세 이상 노인은 신분증을 확인하도록 했다.
성동구는 금호와 성수를 잇는 성공버스 한 개 노선을 12월까지 시범 운행한 뒤 서비스를 보완하고 추후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노선 확대 등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모든 곳에 성공버스를 운행할 수는 없지만 시범사업 효과 등을 따져본 뒤 사근동·마장동·용답동 등 교통 사각지대까지 성공버스를 확대 운행할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