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발전하는데도 세상은 제자리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있다면 항공기와 선박 블랙박스다. 자동차는 현행 차내 블랙박스를 받아들인다고 치더라도 항공기와 선박은 일단 사고가 나면 망망대해 잔해 중 블랙박스를 수거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보도된 일은 세월호 참사 등을 통해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이는 참 어리석은 일이다. 선박이나 항공기 운항 데이터를 위성 인터넷 서버 데이터를 지상 서버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면 잔해를 찾지 않아도 얼마든지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정 개정 미비로 인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딥페이크에 대한 대처도 같은 맥락이다.
사진은 초상권이 달린 데이터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입학원서나 입사원서에서 사진을 절대 요구하지 못한다. 사진을 제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촬영한다. 따라서 사진 찍는 일은 입학 후나 입사 후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즉 학생증이나 사원증을 만들 때 발급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다. 초상권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사진에 대한 후속 관리를 학교나 직장이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온갖 신청 서류에 사진을 첨부하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일상화돼 있다. 초상권에 대한 의식이 없는 까닭이다. 초상권은커녕 사진에 대한 사후 관리도 해 줄 자신이 없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렇게 관리가 안 된 사진이 딥페이크를 만드는 데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이게 국내 현실이다. 사진을 재산권이 달린 데이터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자동차를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지는 않는다. 이구동성으로 지금은 데이터 시대라고 한다. 어떤 데이터든 데이터가 가장 처음 만들어질 때 데이터에 데이터의 출처를 표시하도록 강제하기만 하면 정품 데이터인지 아니면 허위 데이터인지 쉽게 구분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해진다. 인공지능(AI)이 대두되면서 AI가 데이터를 먹이로 사용하기 때문에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관리라 함은 데이터가 최초 생성될 때부터 세심하게 시작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데이터가 가공되어 유통되는 과정에서도 데이터에 대한 관리는 마찬가지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무감각한 것일까. 데이터를 다루는 태도가 시대 변화에 걸맞게 완전히 변해야 하는데 바뀔 생각 없이 말로만 데이터 시대 운운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시대를 접하면서 데이터를 상품으로 팔고 살 생각만 했지 데이터 권리에 대해 무관심해왔다. 우리나라는 특히 그렇다. 데이터 바우처 같은 예가 대표적이다. 데이터가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문제를 규명하고 대책을 준비하기 전에 데이터 상품성에만 관심을 가졌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데이터 경제를 추구할 때도 상품성부터 고려하는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그들은 산업 분야에서 서비스를 창의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원재료로 보는 각도에서 데이터 경제를 다룬다. 우리와는 시작부터 다르다.
과학기술이 사회 어두운 구석을 밝히는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기여할 바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행정이나 법조계에서 애써 외면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딥페이크에 관해 보도되는 내용을 봐도 법적 사후 조치로만 대응이 일관돼 있다. 기술로 완벽하게 사전 차단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도 알아볼 생각을 안 한다. 기술적으로 확실한 방법은 사진의 최초 소유자 아이디와 유포자 아이디를 실명화하여 아이디가 다를 경우 최초 소유자에게 유포 동의를 받았는지를 검증할 수 있도록 사진에 동의 티켓을 부착함으로써 가능하다. 이 경우 동의티켓을 함부로 날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 역시 기술적 장치를 동원하면 된다. 인터넷 시대에 데이터는 재산이다. 개인에게 속한 데이터면 데이터의 소유권은 개인에게 있다. 조직에 속한 것이면 데이터의 소유권은 조직에 있다. 남의 재산을 함부로 가져다 쓰는 일이 불법이듯이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함부로 가져다 써서는 아니 된다. 부동산이나 자동차가 소유권을 중시하는 재산이듯이 데이터 역시 그에 못지않은 재산으로 다뤄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간단한 사진 도용도 선진국 법 규정으로 하면 대략 25만 달러 수준의 높은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제작 주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고 딥페이크에 사용된 대부분의 사진이 연예인 사진이라고 보도되고 있는 점을 참고하면 딥페이크 제작을 시도하는 청소년이 25만 달러의 벌금 부과 사실을 알고도 제작을 감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성범죄를 근원적으로 차단하지는 못하더라도 성범죄 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은 탈출구를 제공해주거나 아니면 강공책으로 범죄 의도를 꺾는 길이 있다. 딥페이크에 대한 예방과 대처 역시 그런 각도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사진에 대한 데이터 소유권 명시 기술이 채택된다면 거짓 거리 유포에 대한 생각을 애초부터 접을 것이다. 마치 블록체인이 채택된 곳에 해커들이 얼씬거리지 않듯이 말이다. 블록체인이 제대로 적용된 곳은 해커들 자신이 난공불락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공격 의사를 포기하게 되는 까닭이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싹이 애초부터 트지 못하게 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데 딥페이크에서도 그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우리가 방법을 알면서도 시도조차 안 하는 게 실제로 많다. 항공기나 선박에서 인터넷 실시간 교신을 한다면 현행 블랙박스는 필요 없어짐은 물론이고 기껏해야 사건을 설명하는 보조 자료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단순히 규정 때문이다. 인터넷을 이용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시고 때도 이런 규정은 없었고 지금도 여전히 없다. 문제를 막을 방법이 기술적으로 있는데도 행정과 규정이 전혀 발 빠르게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런 일의 근원은 사실상 과학기술자들이 사회 발전과 개혁을 위한 입법과 정책 수립에 투입되지 못하고 철저하리만큼 배제되는 까닭이다. 정부 위원회에 법 전문가와 행정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21세기 기술 시대에는 과학기술자도 반드시 일정 비율로 반드시 포함되도록 규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게 과연 누구 손에 달려 있는가. 그래서 안 고쳐지는 것이다. 이제는 과학기술자를 적재적소에 등용할 줄 알아야 한다. 평소에는 문제가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큰 문제만 터졌다 하면 응급인력으로 과학기술 인력이 마치 밀물처럼 긴급 투입됐다가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행정인력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원위치하는 현실이 반복되니 말이다. 행정안전부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방부 등 컴퓨터 정보시스템이 뿌리가 되어 돌아가는 시대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부처마다 과학기술 인력들을 붙박이로 자리 잡게 함으로써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문제 해결에 중추 역할을 하도록 변화의 물결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과학기술 시대에 과학기술자로 하여금 이런 사회적 변화를 주도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아무나 내가 하겠다고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실 이런 변화를 주도할 사람은 극히 한정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통령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과거 수십 년 전에도 국가 개혁에 장애가 되는 병폐를 대통령령으로 전격적으로 일거에 뚫고 나간 적이 있다. 아무리 꽉 틀어 막혀 있는 것 같이 보여도 그걸 뚫고 나갈 길은 있는 법이다. 그러나 능력과 권한을 다 줬는데도 허무하게 날려버리는 일이 종종 있다. 딥페이크 문제에 있어서도 대통령의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 가해자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보면 정부의 데이터권 도입 검토에 대한 발표만 있어도 허위 영상 제작 의도는 간단히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해 콘텐츠 수익의 절반을 포털이 챙긴다는 실로 기가 막힌 현실을 보면 가해자와 의도적으로 공조하는 공범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많다. 정부나 국회도 효력 없는 뒷북 정책만 양산하고 있어 방관자 소리를 면하기 힘든 지경이다.
이는 딥페이크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과학기술 시대에 잘못 대처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신 똑바로 차리지 못하면 과학기술 시대에 승차하지 못하고 실기하는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다른 누구보다도 지도자층에서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앞으로 딥페이크보다 더 큰 일들이 얼마든지 터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AI가 야기하는 딥페이크 같은 부작용에 변변치 않게 대처한다면 이는 인간이 편리하자고 만든 기계에 인간이 농락당하는 꼴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기계를 간단히 제어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 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21세기 데이터 시대에 선도국으로서 지위를 누리고자 한다면 디지털장전에 들어가는 핵심 내용으로서 '초상권을 제2의 재산권으로 다룰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거짓 유포 가해자들은 한참 뒤로 물러나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데이터를 날라 퍼뜨리는 공간이 된 지 오래다. 인터넷의 부작용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는 예전부터 데이터에 대한 의식을 바꿨어야 했다. 딥페이크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그냥 아무 것이나 데이터겠지 하면서 데이터를 소홀히 다뤄 온 관행도 이제는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문송천 필자 이력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미국 일리노이대(어바나 샴페인) 전산학 박사 ▷유럽IT학회 아시아 대표이사 ▷대한적십자사 친선홍보대사 ▷카이스트·케임브리지대·에든버러대 전산학과 교수
사진은 초상권이 달린 데이터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입학원서나 입사원서에서 사진을 절대 요구하지 못한다. 사진을 제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촬영한다. 따라서 사진 찍는 일은 입학 후나 입사 후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즉 학생증이나 사원증을 만들 때 발급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다. 초상권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사진에 대한 후속 관리를 학교나 직장이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온갖 신청 서류에 사진을 첨부하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일상화돼 있다. 초상권에 대한 의식이 없는 까닭이다. 초상권은커녕 사진에 대한 사후 관리도 해 줄 자신이 없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렇게 관리가 안 된 사진이 딥페이크를 만드는 데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이게 국내 현실이다. 사진을 재산권이 달린 데이터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자동차를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지는 않는다. 이구동성으로 지금은 데이터 시대라고 한다. 어떤 데이터든 데이터가 가장 처음 만들어질 때 데이터에 데이터의 출처를 표시하도록 강제하기만 하면 정품 데이터인지 아니면 허위 데이터인지 쉽게 구분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해진다. 인공지능(AI)이 대두되면서 AI가 데이터를 먹이로 사용하기 때문에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관리라 함은 데이터가 최초 생성될 때부터 세심하게 시작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데이터가 가공되어 유통되는 과정에서도 데이터에 대한 관리는 마찬가지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무감각한 것일까. 데이터를 다루는 태도가 시대 변화에 걸맞게 완전히 변해야 하는데 바뀔 생각 없이 말로만 데이터 시대 운운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시대를 접하면서 데이터를 상품으로 팔고 살 생각만 했지 데이터 권리에 대해 무관심해왔다. 우리나라는 특히 그렇다. 데이터 바우처 같은 예가 대표적이다. 데이터가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문제를 규명하고 대책을 준비하기 전에 데이터 상품성에만 관심을 가졌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데이터 경제를 추구할 때도 상품성부터 고려하는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그들은 산업 분야에서 서비스를 창의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원재료로 보는 각도에서 데이터 경제를 다룬다. 우리와는 시작부터 다르다.
과학기술이 사회 어두운 구석을 밝히는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기여할 바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행정이나 법조계에서 애써 외면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딥페이크에 관해 보도되는 내용을 봐도 법적 사후 조치로만 대응이 일관돼 있다. 기술로 완벽하게 사전 차단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도 알아볼 생각을 안 한다. 기술적으로 확실한 방법은 사진의 최초 소유자 아이디와 유포자 아이디를 실명화하여 아이디가 다를 경우 최초 소유자에게 유포 동의를 받았는지를 검증할 수 있도록 사진에 동의 티켓을 부착함으로써 가능하다. 이 경우 동의티켓을 함부로 날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 역시 기술적 장치를 동원하면 된다. 인터넷 시대에 데이터는 재산이다. 개인에게 속한 데이터면 데이터의 소유권은 개인에게 있다. 조직에 속한 것이면 데이터의 소유권은 조직에 있다. 남의 재산을 함부로 가져다 쓰는 일이 불법이듯이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함부로 가져다 써서는 아니 된다. 부동산이나 자동차가 소유권을 중시하는 재산이듯이 데이터 역시 그에 못지않은 재산으로 다뤄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간단한 사진 도용도 선진국 법 규정으로 하면 대략 25만 달러 수준의 높은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제작 주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고 딥페이크에 사용된 대부분의 사진이 연예인 사진이라고 보도되고 있는 점을 참고하면 딥페이크 제작을 시도하는 청소년이 25만 달러의 벌금 부과 사실을 알고도 제작을 감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성범죄를 근원적으로 차단하지는 못하더라도 성범죄 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은 탈출구를 제공해주거나 아니면 강공책으로 범죄 의도를 꺾는 길이 있다. 딥페이크에 대한 예방과 대처 역시 그런 각도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사진에 대한 데이터 소유권 명시 기술이 채택된다면 거짓 거리 유포에 대한 생각을 애초부터 접을 것이다. 마치 블록체인이 채택된 곳에 해커들이 얼씬거리지 않듯이 말이다. 블록체인이 제대로 적용된 곳은 해커들 자신이 난공불락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공격 의사를 포기하게 되는 까닭이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싹이 애초부터 트지 못하게 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데 딥페이크에서도 그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과학기술 시대에 과학기술자로 하여금 이런 사회적 변화를 주도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아무나 내가 하겠다고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실 이런 변화를 주도할 사람은 극히 한정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통령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과거 수십 년 전에도 국가 개혁에 장애가 되는 병폐를 대통령령으로 전격적으로 일거에 뚫고 나간 적이 있다. 아무리 꽉 틀어 막혀 있는 것 같이 보여도 그걸 뚫고 나갈 길은 있는 법이다. 그러나 능력과 권한을 다 줬는데도 허무하게 날려버리는 일이 종종 있다. 딥페이크 문제에 있어서도 대통령의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 가해자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보면 정부의 데이터권 도입 검토에 대한 발표만 있어도 허위 영상 제작 의도는 간단히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해 콘텐츠 수익의 절반을 포털이 챙긴다는 실로 기가 막힌 현실을 보면 가해자와 의도적으로 공조하는 공범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많다. 정부나 국회도 효력 없는 뒷북 정책만 양산하고 있어 방관자 소리를 면하기 힘든 지경이다.
이는 딥페이크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과학기술 시대에 잘못 대처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신 똑바로 차리지 못하면 과학기술 시대에 승차하지 못하고 실기하는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다른 누구보다도 지도자층에서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앞으로 딥페이크보다 더 큰 일들이 얼마든지 터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AI가 야기하는 딥페이크 같은 부작용에 변변치 않게 대처한다면 이는 인간이 편리하자고 만든 기계에 인간이 농락당하는 꼴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기계를 간단히 제어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 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21세기 데이터 시대에 선도국으로서 지위를 누리고자 한다면 디지털장전에 들어가는 핵심 내용으로서 '초상권을 제2의 재산권으로 다룰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거짓 유포 가해자들은 한참 뒤로 물러나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데이터를 날라 퍼뜨리는 공간이 된 지 오래다. 인터넷의 부작용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는 예전부터 데이터에 대한 의식을 바꿨어야 했다. 딥페이크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그냥 아무 것이나 데이터겠지 하면서 데이터를 소홀히 다뤄 온 관행도 이제는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문송천 필자 이력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미국 일리노이대(어바나 샴페인) 전산학 박사 ▷유럽IT학회 아시아 대표이사 ▷대한적십자사 친선홍보대사 ▷카이스트·케임브리지대·에든버러대 전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