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00원(-0.33%) 내린 6만1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5만99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을 밑돈 것은 2023년 3월 16일(종가 5만9900원, 장중 5만9100원)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하반기 이후 반도체 업황이 꺾일 수 있다고 예상한 모건스탠리의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 보고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줄곧 내림세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 수요 감소와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과잉 등으로 내년부터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올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 주가를 낮추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최근 한 달간 16개 증권사에서 삼성전자 목표 주가 하향 레포트를 내놨다. NH투자증권이 12만원에서 9만2000원으로, KB증권이 13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내리는 등 한때 13만원에 달했던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 주가는 8만~10만원 선으로 주저앉았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고객사 재고가 단기적으로 증가하며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실적과 주가가 동종 업체 대비 차별화되려면 HBM 경쟁력 입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를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9월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136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전년 동월 대비 37.1% 늘어난 실적이다. 9월 반도체 수출액 규모는 지난 6월 기록한 종전 최고 실적(134억 달러)을 3개월 만에 경신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역사적인 주가순자산비율(PBR) 밴드 하단에 근접했다"며 "악재는 대부분 반영된 상태로 중장기 관점에서 매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분석에도 삼성전자 주가 회복은 순탄하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달 들어서도 삼성전자를 팔아치우고 있다. 지난 2일 하루 동안 외국인은 1118억원, 기관은 1541억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이미 외국인과 기관이 반도체 이외 업종으로 눈길을 돌린 분위기다.
올 3분기 반도체 투자한 개인투자자 손실 부담 커지는 사이 외국인은 금리 인하 수혜가 기대되는 바이오와 이차전지 업종으로 갈아탄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투자자가 3분기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936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3분기 34.4% 상승했다. 이어 LG전자(4420억원), 알테오젠(3670억원), 삼성중공업(3530억원), 크래프톤(3230억원) 등 순으로 많이 샀다.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주가는 평균 13.9% 상승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외국인 순매수가 반도체에 집중되었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라며 "미국 경기지표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본격적인 매수 전환은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오는 8일 3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이를 계기로 주가 반등을 위한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시장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글로벌 인력 감축 계획과 맥쿼리의 목표가 하향 보고서 등 악재에 장중 6만원을 하회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다음 주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